아직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장외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크게 늘어났다. 장외 대장주였던 삼성생명의 급등 사례를 통해 유망한 장외주식을 미리 '찜'할 경우 '대박'이 가능하다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한 때문이다.

하지만 장외거래 '초보'에게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투자한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경우 높은 수익률을 챙길 수 있지만 상장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고 아무래도 장내 주식보다 환금성도 낮아서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장외투자를 보다 안전하게 시작하려면 어떻해 해야 할까.

◆'비상장 주식으로 저축하라'

장외에서 A라는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산다는 것은 일단 A기업의 증시 진입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최대주주와 경영진들이 향후 몇 년내 기업공개(IPO)에 나설 의지가 있는 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투자포인트다. 상장돼야 주가도 올라가고 환금성이 보장된다.


또 꾸준히 이익을 내는 기업을 고르는 것이 기본이다. 상장도 되기 전에 망해버리면 투자금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다트) 등을 통해 해당 기업과 장내 경쟁업체의 실적을 비교하고 경영진 현황 등을 챙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업이 상장 추진을 공식화하면 그 때부터 장외시세가 급등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장외가격에 일부 거품이 끼기도 하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미래 공모가가 장외가격보다 낮게 책정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장외거래 관계자들이 "고수들은 미리 공모가 수준을 추측해보고 현재 장외 거래 가격과 비교해 현저하게 저평가된 종목을 고른다"고 말하는 이유다.

장외거래 사이트인 프리스닥의 정인식 대표는 "초보자일수록 이익을 꾸준히 내고 부도날 염려가 없는 우량한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조금씩 매수해 적립하는 것이 좋다"며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이라면 상장 때 까지를 만기로 보고 이자(배당)를 챙기면서 원금(장외시세×주식수)이 계속 불어나 '일석이조'"라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단기간내 큰 수익을 내려는 조바심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미리 좋은 기업을 찾아 선점한뒤 느긋하게 기다린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의미다.

◆장외주식 투자는 어떻게

장외주식 거래는 기본적으로 매수자와 매도자간 사적거래인 만큼 신용거래다. 직접 만나서 증권회사를 방문하고 실물을 교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번거롭기 때문에 보통 증권계좌(증권사 계좌)나 은행계좌를 이용한다. 증권계좌는 주식을 입고하거나 출고했을 때 사고주식인지 아닌지 확인이 가능하고 배당금 및 주식관리를 증권사에서 대행해 줘 편리하다. 주식대금을 보내주거나 받을 때에는 은행계좌를 이용하기도 한다.

투자의 첫 단계는 장외주식 사이트나 신문,증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고 싶은 종목을 선정한 후 가격을 알아보는 일이다. 장외주식 사이트로는 △프리스닥(www.presdaq.co.kr) △38커뮤니케이션(www.38.co.kr) △피스톡(www.pstock.co.kr) △제이스톡(www.jstock.com) 등이 있다. 장외 시세는 최근 이뤄진 거래를 바탕으로 개별 사이트마다 오전 오후 두 번,혹은 세 번 제시하는 기준가격을 참고하면 된다.

매수종목을 선택하면 후 거래사이트로 이동해 해당 종목을 팔려고 내놓은 매도자의 주문내역을 살펴본다. 희망 수량이나 매매가격,연락처 등이 나와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는 전화 등을 통해 조건을 협의하는 데 매수자 입장에서는 주식을 먼저 자신의 계좌로 받은 후 대금을 송금하는 것을,매도자의 경우 계약금 일부를 먼저 받고 주식을 입고하는 것을 선호한다. 전문가들은 돈이나 주식을 '떼이는'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거래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비상장주식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면제되고 거래세 등이 원천징수되는 장내 주식과 달리 따로 매도자가 세금을 신고 · 납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장외 투자자는 "대기업인 삼성생명의 경우 차익의 20%를 양도소득세로 내도 최근 주가가 두 배 가량 뛰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여전히 물량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세율은 보유종목의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다양한 정보가 관건…투자동호회 활용

장외주식 투자는 규정된 매도 · 매수 단위는 없다. 거래규모는 몇 백만원부터 시작해 수천~수억원대인 경우도 적지 않다. 장내에서 단타를 즐기던 소액 개인투자자라면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한 장외주식 사이트 관계자는 "장내 주식투자와 일반공모,전환사채(CB)나 인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두루 섭렵한 거액 자산가들도 적지 않다"고 귀뜸했다. 창투사나 벤처캐피탈 등의 기관 '큰 손'도 장외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보자일수록 가능하면 우량주에 투자하며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상장사에 비해 다양한 분석과 전망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장외주식 주주토론방이나 투자모임 등에 참여해 정보를 얻는 것이 한 방법이다. 또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가격과 매물을 비교하는 것도 필요하다. 토론게시판 등이 활성화된 장외주식 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의 엄기섭 팀장은 "최근 투자자간 정보 교환이 활기를 띠고 있으며 이같은 활동이 투자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