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庚寅年) 새해에는 주식시장이 어떻게 움직일까.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여파로 우울하게 시작한 올해 주식시장이 상승흐름을 타자 투자자들은 새해 증시가 상승장이 될 지 조정장이 될 지 주목하고 있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예상보다 선방, 연초대비 47% 가량 뛰었지만 경기와 금리, 수급 등 각종 변수는 여전히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풀린 돈을 서서히 거둬들일 출구전략이 어떻게 펼쳐질 지, 경기는 계속 호전될 지, 올해 주식시장에서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했던 외국인은 주식을 더 살 수 있을 지, IT(정보기술)와 자동차주가 내년에도 주도주 자리를 확고히 지킬 수 있을 지, 두바이 월드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선언)으로 시작된 '두바이 쇼크'는 완전히 잠잠해 진 것인지도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이같은 질문을 토대로 국내 22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를 △2010년 지수전망과 투자전략 △10대 투자유망 업종ㆍ종목과 5대 투자회피 업종ㆍ종목 △내년 증시 핫이슈와 테마 10선 △투자유망한 스몰캡 등으로 나눠 네차례 걸쳐 매일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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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경인년 새해에 증시가 코스피 20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 정점을 기록할 시기가 상반기가 될 지, 하반기가 될 지에 대해선 엇갈렸지만 증권사들은 코스피 최고점을 1780∼2120으로 예상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또 일부에서 우려하는 더블딥(경기 이중하강현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경기가 저성장세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중국경기부양의 수혜주나 소비회복관련주 업종대표주대형주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 내년 고점 언제 오나?…상고하저 vs 상저하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내년 한해 코스피 지수의 산꼭대기와 깊은 골짜기는 언제 형성될까. 이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증권사별로 엇갈렸다.

우선 코스피 지수가 상반기에 정점을 찍은 후 하반기에 조정을 받거나 게걸음 장세를 나타내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형세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각국 정부의 출구전략이 지연되는 가운데 원화 약세와 저금리 기조가 상반기 국내 경기와 증시에 힘을 북돋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에는 경기회복·저금리·약달러라는 세 가지 매력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미국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매우 완만할 전망이기 때문에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달러 강세가 지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반기에는 호재가 많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 금리인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경우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아시아 성장 스토리,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 국내 수요 보강 등 상반기에 긍정적인 투자환경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맞서 코스피 지수가 상반기에 조정을 받은 후 하반기에 고점을 형성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 목소리도 거세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선행지수와 재고순환지표 등 단기변동성 지표들이 4분기 이후 둔화되면서 올해 4분기 전후로 한국 경기의 단기 모멘텀(상승 요인)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내년 1∼2분기 중 출구전략을 시행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주식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기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정부 유동성을 통한 위기 탈출 이후 구조적으로 자생적 경기순환 연결고리가 취약함을 드러낼 것"이라며 "짝수해에 취약하다는 주식시장의 특성이 내년에도 나타나고 주도주가 빠르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2010 증시大전망①] "더블딥 가능성 낮고 코스피 2000 돌파 시도할 것"
◆ 코스피 2000, 소는 못 갔는데…호랑이는?


소띠 해였던 올해는 저점(3월2일 코스피 1018.81)에서 고점(9월23일 코스피 1711.47)까지 70% 넘게 상승하는 급등장세가 나타났지만, 코스피 지수가 2000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2007년 기록했던 영화를 범띠 해에는 다시 한 번 누릴 수 있을까.

그러나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전망치를 바탕으로 한 다수결에 따르면 지나친 기대는 말아야 할 듯하다. 22개 증권사 중 내년 코스피 지수가 2000이상 갈 것이라고 전망한 곳은 5개 증권사에 불과했다.

이 중 최고 전망치는 2120(동양종금증권)이었다. 이는 종가 기준 올해 주가 최고치(1718.88)보다 23% 가량의 상승 여력이 있는 수치다.

이 밖에도 IBK투자증권(2070), 애플투자증권(2050), 키움증권(2000), 교보증권(2000) 등이 코스피 지수가 2000 이상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3곳의 증권사가 코스피 지수의 내년 최고치가 1800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해 주류를 이뤘고, 3개 증권사가 1900대에서 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최고치를 가장 낮게 제시한 증권사는 1780(동부증권)으로 제시했다.

반면 내년 코스피 지수 하단은 어디쯤일까? 가장 낮은 전망치는 1270(KTB투자증권)이며, 가장 높은 수치는 1620(IBK투자증권)이었다. 1400대가 코스피 지수 저점이 될 것이라고 본 증권사가 14곳으로 가장 많았다.


◆ 2010 안개 낀 증시 전망…어떤 전략을?

전문가들의 전망이 한 쪽으로 모아지지 않았다는 점은 내년 주식투자가 그만큼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어떤 투자전략을 제시했을까?

이재광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상반기 초에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지나면서 코스피 지수가 1450선까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활용해 중국경기부양의 수혜주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주, 철강 업종, 그리고 내수업종 가운데서는 은행·건설·음식료 등의 대표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상고하저' 형세를 예측하고 있는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IT와 자동차에 주목하면서 환율안정과 소비회복 관련 업종에도 관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미국 고용시장 회복 가시화 등을 고려하면 더블딥은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선행지수가 경기확장을 의미하는 100선을 회복했고, 중국의 내수확대 정책 실행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블딥이나 고용없는 회복 등과 같은 시장의 우려는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민간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정부의 재정정책이 내년에는 한계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블딥'보다 '저성장'이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며 "내년 국내외 경제가 성장률은 높지만 방향성이 좋지 않아 시장 상승을 견인할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995년 상황에 비춰, 내년 상반기에 시장이 일차 바닥을 형성한 후 반등하면 주도주는 업종대표주가 될 것"이라며 "특히 실적이 탄탄한 자동차주들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