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내 고개에서 북능선 길로 접어드니 저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홍천강 물소리가 바람을 만난 듯 시원하다. 산행을 시작한 지 15분쯤 됐을까. 정상까지 좀 둘러갈지 아니면 질러갈지를 묻는 거리표지판이 발걸음을 망설이게 만든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 안에 정상에 서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좀 늦더라도 둘러가는 게 산행의 정석.낙엽이 정말 두툼히 깔린 이곳 홍천의 금학산이 특히 그렇다.

#수태극의 정상조망

금학산(625m)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그러나 정상에서의 전망만큼은 그 어느 산에도 뒤지지 않는다. 홍천강이 두 굽이 휘돌아 나가면서 땅에 새겨놓은 거대한 태극문양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제3회 지역자원 경연대회에서 당당히 금상에 선정된 그 절경이다.

산행 시기는 색이 좋은 봄이나 가을이 좋지만 낙엽 천지인 요즘도 색다른 맛이 있다. 정상에 오르는 코스는 다양하다. 여호내 고개에서 북능선~328봉~북서능선~암릉을 지나 정상에 이르는 편도 3.8㎞, 2시간 코스가 가장 좋다. 능선을 따라 좌우로 흐르는 홍천강 풍경이 땀을 씻어준다.

산행을 시작한 지 40분쯤 지나면 능선길이 갑자기 더 환해지는 느낌이 든다. 홍천강 물소리를 뒤로 하고 가까스로 된비알을 넘자마자 자작나무 숲이 펼쳐지는 것.생각지도 못했던 능선의 자작나무 숲은 깊은 산속을 헤매다 기인을 만난 듯 반갑다.

자작나무 숲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길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데 순간순간 길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바싹 마른 낙엽은 부서지지 않고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마치 낙엽이 떨어진 이후 단 한 명의 산행객도,단 한 마리의 산짐승도 지나가지 않은 것 같다.

참나무 높은 잔가지에 기생하는 겨우살이의 존재를 확인하고,밧줄에 의지하며 된비알을 넘어서면 어느덧 정상 바로 아래.'위험' 표시가 있는 지름길 대신 우회길을 따라 마지막 비탈을 차고 오르니 마치 전문 산악인이 다 된 듯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그리고 정상.서석면 생곡리에서 발원해,서면 마곡리까지 400리를 흐르는 홍천강이 이곳 금학산 아래 노일마을에 그리는 수태극 형상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문화유산의 보고

홍천여행 중에 공작산 수타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708년)에 창건한 우적산 일월사를 세조 3년(1457년) 개울 건너 지금의 위치로 옮기면서 수타사라고 했다. 공작새가 알을 품고 있는 풍수라 지극정성으로 기도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귀중한 보물들도 많이 있다. 조선 세조 때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을 합해 편찬한 '월인석보'(보물745호) 제17권 · 18권이 사천왕상 복장유물로 발견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박건환 문화관광해설사는 "월인석보는 동쪽을 수호하는 지국천왕의 복장유물로 발견됐다"며 "사천왕상이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조소상이어서 500년 이상 보존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타사 동종(보물11-3호)은 현종 11년(1670년)에 만들어진 종이다. 당시 종을 만드는 장인으로 유명했던 사인비구가 주도해 조성했다고 한다. 다른 종들과는 달리 몸통과 종을 거는 고리 부분을 따로 만들어 붙였다고 한다. 보장각에는 또 석가모니불 · 비로자나불 · 노사나불 등 삼존불을 모신 괘불이 모셔져 있다. 이 괘불은 1000년을 간다는 문창호지로 만들어졌다는 게 특이하다.

수타사의 중심 법당인 대적광전의 내부 장엄이 정교하고 아름답다. 황룡이 지키고 있는 닫집이 특히 화려하다. 닫집 옆의 반야용선 목각은 수타사가 유일하다고 한다.

홍천=글 · 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 Tip

서울에서 88올림픽도로~미사리~팔당대교~양평 6번 국도~44번 국도를 따르면 홍천이 나온다. 영동고속국도 또는 서울·춘천고속국도~중앙고속국도 홍천나들목에서 내려서면 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홍천행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1시간10분에서 1시간반가량 걸린다.

금학산은 44번 국도에서 남면 용수리쪽 군부대 입구·최승희생가터 표지판 길을 따라 들어간다. 남노일리 고드레미관광농원에 가기 전 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게 좋다. 수타사(033-436-6611)는 홍천읍에서 동면방면 444번 지방도를 따라 들어간다.

대형 숙소로는 비발디파크(033-434-8311)가 있다. 홍천 며느리재 너머 44번 국도변의 양지말화로구이(033-435-1555)의 고추장삼겹살이 유명하다. 국내산 1만원.연봉리의 늘푸름임꺽정참숯구이(033-432-9939)는 홍천한우만을 쓴다. 등심이나 특수 부위 모두 1인분 150g에 2만7000원.수타사 입구의 칡사랑메밀사랑(033-436-0125)이 차리는 막국수가 담백하니 맛있다. 5000원.홍천읍 결운리의 둔지쉼터(033-434-6379)의 더덕삼겹살구이는 안주거리로 괜찮다. 2만원.홍천군청 문화체육과 (033)430-2358,홍천 문화관광포털 www.grea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