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에 담보나 보증 없이 싼 금리로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미소(美少)금융이 15일 본격 시작된다.

어떻게 운영되나

재원은 향후 10년간 재계에서 1조원,금융계에서 5055억원을 기부금 형태로 댄다. 휴면예금 7000억원까지 합하면 총 2조2055억원(올해 3000억원)이다. 이 사업은 지난 9월 출범한 미소금융중앙재단(이사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총괄한다. 중앙재단은 각 지역별로 별도의 법인(지역재단)을 두게 되며 지역재단이 해당 지역의 지점 운영을 맡는다.

6개 그룹사(삼성 LG 현대 · 기아자동차 SK 포스코 롯데)와 5개 은행(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 지역재단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미소금융 지점을 운영한다. 이미 비슷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희망재단)을 하고 있는 하나은행을 제외하면 삼성그룹이 15일 수원에서 가장 먼저 지점을 낸다. 포스코그룹은 내년 1월 포항과 광양에서 본격적으로 대출을 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17일 국민은행이 대전,신한은행이 인천,우리은행이 서울에서 각각 미소금융을 시작한다.

대출 기준은

신용등급 전체 10등급 중 7등급 이하인 사람들이 지원 대상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형편이 아주 어려운 사람들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9등급 이하에 우선 대출한다는 게 중앙재단 측 입장이다. 금리는 당초 발표보다 0.5~1.5%포인트 정도 낮은 연 4.5% 이하로 책정됐다. 대출 종류로는 창업자금(5000만원 이내) 운영자금(1000만원 이내) 전통시장상인(500만원 이내) 프랜차이즈(5000만원 이내) 공동대출(1억원 이내) 사회적기업(1억원 이내) 등 6가지가 있다.

대출 심사시에는 신청자의 자활 의지,자금 활용 및 사업 계획의 타당성,상환 능력 등을 주로 볼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망 있는 사업 계획을 제출하는 신청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대출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10년 후 재원 고갈"

돈을 갚을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퍼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활의지 없이 돈만 빌려 쓰려는 사람을 최대한 걸러내고 대출자들에 대한 사후관리까지 해줘야 미소금융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 그룹 관계자는 "명확한 대출 기준,채권추심 방법 등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출금리는 조달금리,손실비용,행정비용 등을 감안해 결정되는데 조달금리가 0%라 해도 지점 운용비 등을 감안하면 책정된 연 4.5%는 낮다는 것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자들은 금리를 연 15~20% 정도 받는데 미소금융도 이 수준까지 금리를 끌어올려야 지속 사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회연대은행 등 기존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자들의 금리 수준(연 5% 이하)을 고려해 이자율을 정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돈 갚을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대출이 일어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연체율이 15% 이상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구조라면 10년 후면 재원이 고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도 "미소금융이 사후관리 계획이나 전문인력 확충 없이 보여주기 식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