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영전략과 사업계획 수립을 마무리하고 있는 삼성 현대 · 기아자동차 LG SK 등 주요 30대 대기업의 연말 분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최고조에 달했던 1년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위기와 극복' 대신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최고경영자(CEO)들의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한국경제신문이 30대 그룹 CEO와 전략기획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대부분 기업들은 '대약진'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와 해외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위 분야 굳히고 신규 사업 넓힌다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의 수세적 경영에서 벗어나 공격경영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반도체 LCD LED-TV 등에서 글로벌 최강자의 입지를 굳힌 삼성은 '기존 시장에서 경쟁자를 압도하고 신사업을 조기 가시화'하는 쪽으로 새해 경영 방향을 잡고 있다. 대부분 계열사들이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두며 확보해 놓은 15조원가량의 '실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한 삼성 계열사 CEO는 "올해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어렵더라도 내년 목표를 이보다 훨씬 높여잡았다"며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은 내년 2월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전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방침 아래 경영전략과 시스템을 다듬고 있다.

조만간 내년 경영전략을 확정짓기로 한 현대 · 기아차 역시 판매 확대와 공격적 경영을 벼르고 있다. LG그룹은 신사업을 위한 연구 · 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전자 2차전지 등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밑그림을 완성했다. SK그룹은 글로벌 선도 기술을 확보해 제3의 도약에 나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준비했다. '제2의 내수시장'으로 일찌감치 선포한 중국 시장 공략 강화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세상은 넓다…공격경영 '승부수'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축적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위 분야에서는 추격자를 완전히 따돌리고 녹색산업 등 신규 유망 사업도 적극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중국 시장을 최대 승부처로 삼을 계획이다. 우선 중국 쑤저우에 대규모 LCD 패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전 세계 27개 생산법인 중 40%에 가까운 11개를 중국에 두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중국은 한국 시장의 몇 배에 이르는데 삼성전자의 중국 내 매출은 7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집중 공략을 위한 카드를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또 내년 스마트폰(인터넷 검색 등이 가능한 차세대 휴대폰) 출시 비율을 올해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전략이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시스템(OS)인 안드로이드를 장착한 스마트폰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태양광으로 충전할 수 있는 휴대폰 '블루어스'도 내년 초 내놓는다.

현대 · 기아차는 내년 4월께 브라질 공장을 착공,갈수록 커지는 남미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생산한 차종은 북미 등지에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3월 베이징에 현대차 제3공장도 짓기로 했다. 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 공장이 완성되면 기아차까지 합쳐 연간 133만대를 현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내년까지 남부지역 등을 중심으로 중국 내 매장 수를 600개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에 차세대 하이브리드카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생산,미국에 먼저 내놓기로 했다. 추후 로체 하이브리드도 출시한다. 주요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내년 4월 당진제철소를 준공한다. 연 800만t 규모로,철강시장에서 포스코와 양강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통신 · IT시장 '빅뱅' 예고

LG그룹은 내년 1월 텔레콤 데이콤 파워콤 등 통신계열 3사의 통합법인을 출범시키며 유 · 무선 통합 경쟁에 가세한다. 모바일인터넷(오즈),인터넷전화(myLG070) 등의 성공신화를 합병 이후에도 이어가기 위해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하는 방안을 승부수로 검토하고 있다. 매출 규모가 각각 19조원과 13조원대인 KT와 SK의 양강 구도에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본격적인 추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내년 상반기에 중국 투자와 사업전략 등을 총괄할 통합법인을 설립한다. SK에너지와 SK텔레콤 등 계열사별로 진행해 온 현지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합법인이 출범하면 그룹 차원의 사업 전략 수립이나 투자 결정이 용이해져 계열사 간 시너지가 극대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월 서울 서초동 사옥에 입주하는 KT는 홈FMC(유 · 무선 통합) 서비스 및 모바일 인터넷을 집중 육성,LG · SK와의 경쟁에 대비하기로 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앞으로 통신시장은 그룹 간 경쟁의 무대로 이행할 것"이라며 "KT 혼자로는 안 되며 협력업체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초고속인터넷과 와이브로 등 정보기술(IT) 인프라의 해외 수출에도 나선다는 전략이다.


◆'비상경영' 고삐 …신흥시장 공들인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시장이 회복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올해와 같은 비상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내외 신사업 발굴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연산 1200만t 규모의 인도 오리사 일관제철소 공장을 착공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GS그룹도 올해 인수한 GS글로벌(옛 ㈜쌍용)을 통해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현지 합작사인 GS칼텍스(랑방)소료유한공사를 통해 복합PP(폴리프로필렌) 등 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CJ그룹 계열사인 오쇼핑은 내년 1월 인도 홈쇼핑(스타CJ) 본방송을 개시한다. 현재 하루 6시간씩 시험방송 중이다. CJ제일제당은 내년 3월부터 중국 하얼빈 공장에서 연 1200t 규모로 쌀 단백질을 생산한다.

효성은 미주 인도 중동 북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올해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점유율을 늘렸다는 판단 아래 내년 세계 1위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LS전선은 내년 5월부터 진도~제주 간 해저 케이블 매설작업을 시작한다.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작업이다. LS산전은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일본 말레이시아 등으로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동부그룹의 주력인 동부제철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열연강판 사업에 나선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