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변호사들 일감 찾아 강남·영등포·시청·을지로 2호선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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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활동지역 변동 추이
3대 업무지구 쏠림현상
강남·영등포·중구 변호사 증가율↑
기업·정부부처 주변…대형로펌 많아
3대 업무지구 쏠림현상
강남·영등포·중구 변호사 증가율↑
기업·정부부처 주변…대형로펌 많아
법원 주변에 모여 있던 변호사들이 서울 도심 테헤란로 여의도 등 업무중심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변호사들이 새로운 수익원과 일자리를 찾아 법원 주변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에 따라 변호사의 메카였던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 부동산시장은 7년째 임대료가 오르지 않는 등 극심한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변호사 업무지구로 이동
최근 5년간 서울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 수는 80% 증가했다. 2004년 3782명이던 변호사 수가 올해 12월7일 현재 6837명으로 늘었다.
기업 본사,금융회사,증권사 등이 몰려 있는 강남 · 영등포 · 중구 등 2호선 노선 주변 지역의 변호사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테헤란로가 관통하는 강남구의 변호사 수는 이 기간 761명에서 1600명으로 110%나 증가했다. 서초동 법조타운이 그리 멀지 않은 데다 법률자문 수요의 주 고객인 기업이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일감이 많기 때문이다. 또 변호사 업계의 덩치 키우기 영향으로 넓은 오피스빌딩이 많은 강남구가 각광받고 있다. 실제 태평양(역삼동) 화우(삼성동) 율촌(대치동) 바른(삼성동) 등 10위권 내에 드는 대형 로펌들이 강남구에 자리잡고 있다.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는 사상 처음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자리잡고 있는 양천구의 변호사 수를 추월했다. 영등포구 변호사 수는 2004년 74명에서 2009년 현재 232명으로 213% 급증했다. 이에 반해 양천구 변호사 수는 같은 기간 82명에서 118명으로 43%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역전당했다. 이는 불황으로 개업을 꺼리는 변호사들이 여의도에 소재한 기업의 사내변호사로 대거 진출했기 때문이다. 여의도 사내변호사회에 따르면 은행 증권 보험 등 여의도 소재 금융회사 등에 자리잡은 사내 변호사 수는 104명(54개 기업)에 달한다.
법률 수요가 많은 정부청사와 대기업본사 금융회사 등이 인접한 중구의 경우도 변호사 수가 442명에서 864명으로 95% 증가했다. 광장 세종 등 기업 자문 수요를 겨냥해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대형 로펌들이 몸집을 불린 영향이 크다.
최근 들어 벤처기업이 몰리고 있는 구로구의 경우도 2004년 11명에 불과하던 변호사 수가 33명으로 껑충 뛰었다. 변호사들이 블루오션인 벤처기업을 찾아 이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3년 전 구로구행을 택한 노영희 변호사는 "법률 서비스를 받아본 경험은 없지만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을 공략하기 위해 변호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고 말했다.
◆법원 주변 한파
이에 반해 북부지법이 있는 노원구의 변호사 수는 17%(62→73명),동부지법이 있는 광진구의 변호사 수는 27%(69명→88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한변협의 장진영 대변인(변호사)은 "전통적으로 북부지법 동부지법 등은 사건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들이는 품에 비해 들어오는 수입이 적은 사건이 많아 변호사들이 선호하지 않았다"며 "경기침체 여파까지 받고 있어 변호사들이 특별한 연고가 없는 한 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의 메카인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도 평균 이하(67%)의 변호사 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개인변호사나 합동법률사무소 위주의 소형 사무실로 설계된 점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화우의 장덕순 변호사는 "서초동은 고층 · 대형 사무실이 없어 로펌의 대형화 추세를 수용할 여건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시들해진 법원 주변의 인기와 변호사 업계의 불황은 부동산경기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변호사 사무실 임대료는 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교대역 인근 사무실은 66㎡(약 20평형) 기준으로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 130만원 전후로 2000년대 초반과 별 차이가 없다.
18년째 서초동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월세를 몇 달씩 못 내거나 보증금을 다 까먹고 서초동을 떠나는 변호사도 있다"며 "변호사들의 수입이 줄어들다 보니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사들은 사무실 유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초긴축에 나서고 있다. 변호사 전용 홈페이지 구인 · 구직 칸에는 '사무실을 함께 사용할 변호사를 찾는다'는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활동하는 전체 변호사의 40%(2748명)가 여전히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다. 재판에 나선 의뢰인들이 우선적으로 서초동을 찾으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법원에 비해 일감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전체 변호사 9644명 가운데 6837명(70%)이 서울에 몰려 있다. 또 256개 시 · 군 · 구 지역 중 변호사가 단 1명도 없는 무변촌이 78곳이나 된다. 특히 강원도는 춘천 강릉 원주 속초 영월 등 5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모두가 무변촌이다.
조성근/서보미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