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스웨덴 스포츠카업체 쾨닉세그의 인수 포기로 표류해온 제너럴모터스(GM)의 '사브' 브랜드 매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자동차가 사브의 일부 자산을 사들이기로 합의한 데 이어 네덜란드 스포츠카업체인 스파이커가 사브의 대부분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사브 경영진이 지난 주말 '9-3 콤팩트 세단 시리즈'와 '9-5 중형차' 생산 및 엔진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 등 일부 자산을 베이징차에 매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차는 중국은행으로부터 200억위안(약 29억3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아 매각대금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덧붙였다.

오래전부터 사브에 관심을 보인 베이징차는 쾨닉세그에 밀려 우선협상자 선정에 실패한 뒤 쾨닉세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브 인수에 참여하기로 방향을 틀었으나 쾨닉세그가 돌연 인수를 포기하면서 독자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베이징차는 사브의 기술 및 노하우를 인수해 올 들어 11월까지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하며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올초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올해 1300만대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내수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영난을 겪는 외국 자동차 브랜드 인수에 적극적이다. 지리자동차는 지난 10월 포드의 스웨덴 자회사인 '볼보'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고,GM과 '허머' 브랜드 인수 계약을 체결한 텅중중공업은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14일 네덜란드의 스포츠카업체인 스파이커가 사브가 보유한 대부분의 생산라인을 통째로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업체는 연간 23만5000대의 스포츠카를 생산하고 있다. GM은 이달 말까지 사브의 입찰가격을 재검토한 뒤 매각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