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이 시작된 2000년 초 브래드와 안젤리나는 투자수익률 내기를 했다. 브래드는 미국 뉴욕증시의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투자한 반면 안젤리나는 미 국채지수를 따라가는 펀드에 돈을 넣었다. 둘 다 S&P지수와 미 국채지수 움직임을 100% 반영했다고 가정할 경우 10년이 지난 현재 과연 누가 내기에 이겼을까. 결론은 예상과 달리 안젤리나의 '승(勝)'이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00년 1월 이후 지난 10년간 S&P500 지수는 25%(지난 10일 현재) 하락했다. 배당 재투자분을 포함해도 하락률은 11%에 달했다. 다우지수는 S&P500 지수보다는 양호해 10% 떨어졌다. 유럽 증시도 마찬가지로 맥을 못 췄다. FTSE유로퍼스트300 지수는 37% 떨어졌다. 배당 재투자분을 반영하면 29.6% 하락했다. 일본의 닛케이주가는 무려 47.5% 떨어졌다.
'10년 투자성적표' 국채가 주식보다 탁월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바클레이즈캐피털 국채지수 기준으로 자본수익과 이자소득을 포함한 미 국채의 총수익률은 85.1%에 달했다. 영국과 유럽의 국채 총수익률도 각각 71.7%와 70.5%였다.

이는 장기투자를 할 경우 주식이 채권보다 고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일반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상반된 결과다. 주식과 채권 투자의 명암이 이처럼 뚜렷하게 엇갈린 것은 1930년대 이후 처음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수익률을 비교할 땐 시작 시점이 언제냐가 중요한데 2000년은 1990년대 말부터 이어져온 정보기술(IT) 산업 붐의 여파로 증시가 고점에서 출발했고 당시 주식은 채권에 비해 과도하게 고평가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제럴드 루카스 도이체방크 선임 투자자문역은 "지난 10년간의 증시는 1930년대와 같은 '잃어버린 10년'이었다"고 평가했다. 앨런 러스킨 RBS증권 투자전략가는 "(지난 10년간) 증시에 대한 맹신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IT거품 붕괴와 금융위기로 인한) 두 차례의 폭락세를 제외하고도 전반적으로 증시의 변동성이 워낙 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긴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로 국채 가격은 오름세(금리는 하락)를 보였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2000년 2월 연 6.5%에서 현재 연 3.5%로 떨어졌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투자자들은 이자 외에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

러스킨 RBS 투자전략가는 하지만 "현재는 국채 금리가 워낙 낮아 앞으로 몇 년간 디플레이션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 한 국채 투자수익률이 주식을 넘어서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바클레이즈 국채지수는 단기,중기,장기 국채 수익률을 포괄하는 지수"라며 "중장기 채권을 포함해 분산 투자할 경우에는 채권 투자가 주식 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단기 채권에만 투자할 경우에는 주식 수익률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