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미래 신수종사업에 필요한 원천기술 개발을 전담할 연구소를 신설하고 박사급 연구인력도 100여명 이상 충원하는 등 연구 · 개발(R&D) 조직을 대폭 강화한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사내방송에서 "1999년 중앙연구원이 문을 닫은 이후 R&D 기능을 사업부서와 연계해 운영해왔다"며 "사업부와 R&D를 쪼갰다 붙였다 하는 게 자연스러운 조직 진화 과정이지만 지금은 R&D 내재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기술 중심 기업이 되려면 10년 뒤에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 확실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외부와의 상생을 통한 기술 개발도 지속 추진하겠지만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내재역량을 확보하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이에 따라 18일께 단행할 임원인사에 맞춰 회사의 중장기 먹을거리를 발굴할 기반기술연구소를 설립키로 했다. SK텔레콤은 이 연구소에 박사급 연구인력 100여명을 외부에서 충원하기로 하고 국내외 대학,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인력 선발작업에 착수했다.

SK텔레콤은 그간 사내독립기업(CIC)별로 네트워크기술원,미래기술원,NI기술원 등 해당 사업을 지원하는 각각의 연구개발 조직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신설하는 기반기술연구소는 현업 부서와는 별개로 운영되며 회사의 중 · 장기 발전전략에 필요한 기초 기술개발과 서로 다른 기술간 컨버전스(융 · 복합) 등의 역할을 맡는다. 성격이 일부 겹치는 기존 연구소를 신설 연구소에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기술 중심의 새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SK그룹 차원에서 R&D 통합센터 역할을 맡을 테크 이노베이션센터(TIC)를 설립키로 한 것도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SK텔레콤은 올 연말 인사에서 신규사업으로 추진하는 IPE(Industry Productivity Enhancement) 조직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20여명 수준의 IPE 조직을 200명으로 10배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IPE는 통신 기술을 이용해 다른 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융합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업으로,정 사장은 2020년 이 분야에서만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바 있다.

회사 측은 IPE에 투입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사,대외,홍보,재무 등 지원 조직 규모를 2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연구소 신설,IPE 조직 확대 등에 따라 당초 소폭으로 예상됐던 SK텔레콤의 연말 임원 인사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국내 통신산업 발전에 기여해왔지만 삼성,LG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 먹힐 수 있는 통합기술 개발역량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기반기술연구소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