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에 제한적인 금융회사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위와 정무위의 '밥그릇 싸움'에 법사위가 법안 처리를 일단 유보하기로 한 것이다.

유선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측은 14일 "최근 법사위로 넘어온 한은법 개정안은 정무위와 재정위의 입장을 좀 더 듣고 심의할 사항"이라며 "정리된 의견이 제시될 때까지는 일단 계류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시국회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연내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2월쯤 본회의에서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기획재정위를 통과한 한은법 개정안은 한은에 금융 안정 기능과 제한적인 수준의 단독 조사권을 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은 소관인 정무위가 개정안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재정위와 충돌을 빚어 왔다. 정무위는 지난 9월 한은과 금감원이 공동 검사 수준을 높이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황에서 한은에 조사권까지 주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정무위 소속인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조사권 문제는 전체 금융 시스템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고민할 문제"라며 "기획재정위가 과도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는 '최대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이해당사자인 기획재정부 금융위 금감원 등도 개정안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며 "해외 사례 등을 놓고 상임위 의견을 청취한 후 심의 일정을 잡겠다"고 밝혔다.

김유미/이준혁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