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큰형이 동생이 저지른 사고의 뒷수습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맏형격인 아부다비가 두바이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키로 하면서 두바이 사태 해결에 가닥이 잡히고 있다. 채무상환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두바이월드의 계열사 나킬은 아부다비 지원으로 14일 만기가 돌아온 41억달러의 채무를 갚을 수 있게 됐다.

◆두바이 지원으로 돌아선 아부다비

아부다비 정부와 UAE 중앙은행이 두바이에 100억달러를 제공키로 한 것은 투자자들의 두바이월드와 두바이 경제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한 것이다. 이날 두바이 정부의 성명에서도 신뢰를 되찾기 위한 고뇌가 담긴 문구가 눈에 띄었다. 셰이크 아흐메드 븐 사이드 알 막툼 두바이 최고재정위원회 의장은 "두바이월드가 UAE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아부다비 및 UAE 중앙은행과 긴밀히 협의해 대책을 내놓게 됐다"며 두바이 · 아부다비 · UAE가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했다.

아부다비 정부는 지난달 25일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때만 해도 두바이가 해결할 일이며 채권단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이 같은 입장이 전격적으로 바뀐 것이다. 사우드 마수드 UBS 애널리스트는 "나킬이 채무조정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아부다비가 더 이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확실한 메시지를 던지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두바이 증시는 아부다비의 자금 지원 소식에 따라 10.37% 급등으로 장을 마쳤다.

앞서 아부다비는 이번 금융지원을 포함,올 들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두바이에 자금을 지원했다. UAE 중앙은행은 지난 2월 두바이 정부 발행 채권 100억달러를 매입했고 두바이 쇼크가 터진 지난달 25일에도 UAE 소재 2개 은행이 50억달러 규모의 두바이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두바이를 도왔다.

아부다비의 이번 지원책은 쿠웨이트에서 14,15일 열리는 걸프협력협의회(GCC) 연례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돼 두바이 사태 해결을 위한 범아랍권 공조를 노린 행보로도 분석된다.

급한 불은 껐지만…

하지만 이번 아부다비 정부의 조치로 모든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두바이월드의 전체 부채는 590억달러 규모다. 두바이월드는 우선 전체 부채의 절반가량인 260억달러를 채권단과 협의 하에 조정하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채권단과 두바이월드 간 시각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나킬이 지난 상반기 134억디르함(36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나면서 "두바이월드의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나킬의 총 부채는 200억달러에 이른다.

채권단과의 채무재조정 협의 등 근본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두바이발 위기는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동욱/서기열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