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부모 욕심만큼 아이 스트레스 질병 '씨앗'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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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고 공부잘하려면 심신 균형발전 해야
뛰어 놀 시간 늘리고 아이 눈높이에서 대화를
뛰어 놀 시간 늘리고 아이 눈높이에서 대화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까,키도 더 크게 할 수 있을까. " 곧 다가올 겨울방학을 앞두고 부모들의 희망사항이 분출한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지나친 욕심과 기대는 오히려 상처만 남기고 심신의 균형 잡힌 성장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키 180㎝ 이하인 남자는 루저(Loser · 사전적 의미는 실패자).' 최근 한 여대생이 방송에서 키 작은 사람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세간의 눈총을 샀다. 하지만 이런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자녀 키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높다. 을지의대 강남을지병원 청소년성장학습발달센터가 지난 9~10월 서울 강남지역 초 · 중생 학부모 409명을 대상으로 '성장 · 스트레스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모들은 자녀가 성인이 될 경우 남자는 180.6㎝,여자는 166.7㎝까지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국내 성인 남녀의 평균키(2007년,20~24세 조사 결과)인 175.0㎝,161.9㎝를 웃도는 기대치다.
학부모 10명 중 9명은 자녀 키를 키우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 먹이기(이하 복수 응답)가 63%로 가장 많았고 △한약 · 성장보조제 42.9% △일찍 잠재우기 50% △키 크는 운동 47.5% △성장호르몬 주사 2.1% △사춘기(성조숙증) 억제 주사 0.2% 순이었다.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않았다'는 답변은 11%에 그쳤다.
이 중 저신장군 학생의 학부모들은 우유(86.6%),한약 · 성장보조제(75.8%) 등을 선호했다. 이 병원 서지영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일반의 인식과 다르게 우유는 뼈를 튼튼하게 할 망정 키를 키우는 데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성장보조제 등에 든 초유 등 고영양 물질은 오히려 아이들의 사춘기를 앞당겨 성장을 억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스트레스가 많은 학생들이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는 일반의 생각과 다르게 스트레스가 많은 학생은 키는 크되 정신건강이 나쁘며 가족관계 등에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스트레스의 척도인 BEPSI-K를 활용해 조사해보니 고도 스트레스군(총점 5~25점 중 13점 이상)에 해당하는 어린이 26명(전체의 6.3%)은 평균 키가 162.6㎝로 일반 학생의 154.1㎝보다 컸다. 또 체질량지수(BMI ·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 · ㎏/㎡)가 17.6으로 일반 학생의 19.1보다 낮았다. 키가 빨리 자란 아이들이 적정 체중보다 다소 마르고 스트레스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키가 크고 공부도 잘하려면 심신의 균형된 발전이 중요하다"며 "비단 스트레스로 인한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 스스로 문제(스트레스)를 풀고,당당히 자기주장을 하며,스케줄을 관리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게 종합적인 해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나치게 공부를 많이 시키는 풍토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조기 학습으로 인한 뇌신경 발달은 정신적 성숙과 성조숙증으로 이어져 사춘기가 빨리 나타나게 할 수 있다.
이는 아이의 키가 자라는 데 방해가 되고 아이를 정신적으로 민감하고 비위가 약한 성격으로 만들 수 있다. 다음으로 스트레스 수위를 낮춰야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예컨대 청소년기의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이른 월경 등은 매일 비슷한 시간에 골치가 지끈거리는 '만성매일두통'을 유발해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69명의 고교생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아이가 동료와 싸우거나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는 등 대인관계가 나쁘면 8개월 후 만성염증을 반영하는 혈액 내 단백질지표인 CRP가 크게 증가했다. 청소년기에 CRP가 높아지면 성인이 된 후 심혈관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비례적으로 높아진다.
공부 대신 운동할 시간을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운동은 심리적 압박감,긴장감,좌절감,불안감 등을 감소시키고 엔도르핀처럼 스트레스를 낮추는 생체물질의 분비를 늘린다. 아울러 부모는 아이 눈높이에서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기에 앞서 '나도 너처럼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말로 아이 마음의 문을 연 뒤 대화를 나눠야 한다. 또 늘 MP3플레이어를 끼고 산다고 나무라기보다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게 더 현명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우리 아이 성조숙증 의심나면…
부모는 남자 아이의 키가 175㎝,여자 아이의 키가 160㎝ 이하면 죄의식을 갖기 일쑤다. 하지만 남자 아이는 (아빠 키+엄마 키+13)/2㎝,여자 아이는 (아빠 키+엄마 키-13)/2±5㎝ 범위 안에서 자란다면 대체적으로 유전적으로 정상 범위 안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키가 작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게 좋다.
성장발달 분야의 요즘 화두는 성조숙증이다. 만 8세 미만에 가슴이 나오는 여자 아이나,만 9세 미만에 고환이 커지기 시작하는 남자 아이라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성호르몬 분비량이 이른 나이에 증가해서 2차 성징이 빠르게 나타나되 뼈연령이 높아지면서 성장이 조기에 중단되는 증상이다. 이럴 경우 뼈나이 측정,성호르몬 검사를 하고 필요하면 뇌 자기공명영상(MRI),골반 초음파 등을 통해 성조숙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성조숙증이면 사춘기억제제(성호르몬 길항제)를 4주에 한 번 근육주사한다. 6~12개월 간격으로 뼈나이를 검사해 예측한 만큼 키가 커질 때까지 주사한다. 성징발달을 위해 여자는 만 11세,남자는 만 12세가 넘으면 치료를 중지한다.
사춘기 억제제가 아이의 골밀도를 낮춰 오히려 성장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은 만큼 이 치료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키 180㎝ 이하인 남자는 루저(Loser · 사전적 의미는 실패자).' 최근 한 여대생이 방송에서 키 작은 사람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세간의 눈총을 샀다. 하지만 이런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자녀 키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높다. 을지의대 강남을지병원 청소년성장학습발달센터가 지난 9~10월 서울 강남지역 초 · 중생 학부모 409명을 대상으로 '성장 · 스트레스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모들은 자녀가 성인이 될 경우 남자는 180.6㎝,여자는 166.7㎝까지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국내 성인 남녀의 평균키(2007년,20~24세 조사 결과)인 175.0㎝,161.9㎝를 웃도는 기대치다.
학부모 10명 중 9명은 자녀 키를 키우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 먹이기(이하 복수 응답)가 63%로 가장 많았고 △한약 · 성장보조제 42.9% △일찍 잠재우기 50% △키 크는 운동 47.5% △성장호르몬 주사 2.1% △사춘기(성조숙증) 억제 주사 0.2% 순이었다.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않았다'는 답변은 11%에 그쳤다.
이 중 저신장군 학생의 학부모들은 우유(86.6%),한약 · 성장보조제(75.8%) 등을 선호했다. 이 병원 서지영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일반의 인식과 다르게 우유는 뼈를 튼튼하게 할 망정 키를 키우는 데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성장보조제 등에 든 초유 등 고영양 물질은 오히려 아이들의 사춘기를 앞당겨 성장을 억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스트레스가 많은 학생들이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는 일반의 생각과 다르게 스트레스가 많은 학생은 키는 크되 정신건강이 나쁘며 가족관계 등에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스트레스의 척도인 BEPSI-K를 활용해 조사해보니 고도 스트레스군(총점 5~25점 중 13점 이상)에 해당하는 어린이 26명(전체의 6.3%)은 평균 키가 162.6㎝로 일반 학생의 154.1㎝보다 컸다. 또 체질량지수(BMI ·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 · ㎏/㎡)가 17.6으로 일반 학생의 19.1보다 낮았다. 키가 빨리 자란 아이들이 적정 체중보다 다소 마르고 스트레스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키가 크고 공부도 잘하려면 심신의 균형된 발전이 중요하다"며 "비단 스트레스로 인한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 스스로 문제(스트레스)를 풀고,당당히 자기주장을 하며,스케줄을 관리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게 종합적인 해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나치게 공부를 많이 시키는 풍토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조기 학습으로 인한 뇌신경 발달은 정신적 성숙과 성조숙증으로 이어져 사춘기가 빨리 나타나게 할 수 있다.
이는 아이의 키가 자라는 데 방해가 되고 아이를 정신적으로 민감하고 비위가 약한 성격으로 만들 수 있다. 다음으로 스트레스 수위를 낮춰야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예컨대 청소년기의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이른 월경 등은 매일 비슷한 시간에 골치가 지끈거리는 '만성매일두통'을 유발해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69명의 고교생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아이가 동료와 싸우거나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는 등 대인관계가 나쁘면 8개월 후 만성염증을 반영하는 혈액 내 단백질지표인 CRP가 크게 증가했다. 청소년기에 CRP가 높아지면 성인이 된 후 심혈관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비례적으로 높아진다.
공부 대신 운동할 시간을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운동은 심리적 압박감,긴장감,좌절감,불안감 등을 감소시키고 엔도르핀처럼 스트레스를 낮추는 생체물질의 분비를 늘린다. 아울러 부모는 아이 눈높이에서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기에 앞서 '나도 너처럼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말로 아이 마음의 문을 연 뒤 대화를 나눠야 한다. 또 늘 MP3플레이어를 끼고 산다고 나무라기보다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게 더 현명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우리 아이 성조숙증 의심나면…
부모는 남자 아이의 키가 175㎝,여자 아이의 키가 160㎝ 이하면 죄의식을 갖기 일쑤다. 하지만 남자 아이는 (아빠 키+엄마 키+13)/2㎝,여자 아이는 (아빠 키+엄마 키-13)/2±5㎝ 범위 안에서 자란다면 대체적으로 유전적으로 정상 범위 안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키가 작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게 좋다.
성장발달 분야의 요즘 화두는 성조숙증이다. 만 8세 미만에 가슴이 나오는 여자 아이나,만 9세 미만에 고환이 커지기 시작하는 남자 아이라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성호르몬 분비량이 이른 나이에 증가해서 2차 성징이 빠르게 나타나되 뼈연령이 높아지면서 성장이 조기에 중단되는 증상이다. 이럴 경우 뼈나이 측정,성호르몬 검사를 하고 필요하면 뇌 자기공명영상(MRI),골반 초음파 등을 통해 성조숙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성조숙증이면 사춘기억제제(성호르몬 길항제)를 4주에 한 번 근육주사한다. 6~12개월 간격으로 뼈나이를 검사해 예측한 만큼 키가 커질 때까지 주사한다. 성징발달을 위해 여자는 만 11세,남자는 만 12세가 넘으면 치료를 중지한다.
사춘기 억제제가 아이의 골밀도를 낮춰 오히려 성장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은 만큼 이 치료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