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아무리 피해도 송년회에 몇 번은 가야 한다. 술도 마셔야 하고 노래방에서 가수도 돼야 한다. 몸이 걱정되지만 회사 부서 송년회를 건너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런 자리에 몇 년 전까지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최근 나타났다. 바로 '화자씨'다.

여성들이 직장 사회에 많이 진출하면서 부서 회식까지 여성들이 주도할 때가 많아졌다. 예전처럼 새침하게 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술 한 잔 들어가면 스스로 '필(feel)'받아서 술자리를 주도하는 사람이 바로 화자씨다. 동료 선배는 물론이고 이사님,사장님도 화자씨가 "나오라"면 꼼짝없이 나와서 마이크를 잡아야 한다.

남들을 즐겁게 하면서도 스스로의 얼굴엔 고독이 묻어있는 우리 시대의 분위기 메이커,그녀의 본명은 '지화자'지만 다정하게 '화자씨'라고들 부른다.

양주폭탄이 들어가면 넥타이를 머리에 매던 과거의 '칠수와 만수씨'는 가고,"스트레스를 남기면 안 된다"는 지론을 가진 화자씨들이 회사 송년회 분위기를 바꿔가고 있다. 화자씨들이 분위기를 잡으면서 아무래도 음주가무 가운데 음주는 줄어들고 있다. 화자씨들은 또 '사장님께 드리는 감사편지' 등의 이벤트로 송년회에 감성의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본인은 정작 술 한 잔,노래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맨 나중에 쓸쓸히 집에 가는 경우가 많다.

리더(지도자)와 팔로어(follower)를 이어주는 사람을 모티베이터(motivator · 동기부여자)라고 부른다. 회사에는 송년회의 화자씨 같은 모티베이터가 있어야 한다. 팀워크와 단합을 위해 스스로 망가지기도 하고,전체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이런 사람이 많아야 한다.

경영자인 당신이 할 일은? 그런 화자씨를 다정한 눈으로 보고 격려해 주면 된다. 그래야 여성 직원들부터 힘을 내게 돼 있다. 이런 한 마디가 필요하다.

"힘내요,화자씨!"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