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심국제중 · 고교,청심병원 등을 운영하는 청심그룹은 최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3층 건물을 사들여 레스토랑으로 꾸미고 있다. 내년 2월 총 80석 규모의 스테이크 하우스를 낼 예정이다. 레스토랑 이름은 '노블(noble)'의 철자를 뒤집어 놓은 '엘본(elbon)'.유명 스테이크점 '테이스티 블루바드' 출신의 스타 셰프인 최현석씨를 영입했다.

식음료와 무관한 기업들이 속속 외식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외식사업에 나선 업체들의 면모를 보면 보일러,도시가스,연예기획,패션,게임 등으로 무척 다양하다. 외식사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일단 본궤도에 오르면 프랜차이즈를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신규사업 후보 1순위로 각광받고 있다.

도시가스업체 삼천리는 지난해 10월 외식 부문 계열사 SL&C를 설립,방배동 서래마을에 중국 · 태국요리 퓨전 레스토랑 '차이797'을 연 데 이어 현재 2호점을 준비 중이다. 안동철 삼천리 홍보과장은 "그룹이 50년 동안 에너지사업에 집중해 왔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외식,금융 등 비에너지 부문으로 눈을 돌리는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게임회사 한빛소프트는 지난해 외식시장에 진출,현재 패밀리레스토랑 '재미스' 2개점을 운영 중이다.

보일러업체 귀뚜라미가 운영하는 '닥터 로빈'은 이탈리아 정통 아이스크림으로 미식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커피,떡볶이,피자 등 메뉴가 다양하다. 김은경 닥터로빈 마케팅팀장은 "내년 2월 미국 LA에 해외 1호점을 오픈한다"며 "애초에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만큼 다른 국가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예기획사들은 커피전문점에 적극적이다. 싸이더스HQ는 일명 '한예슬 커피'로 불리는 '카페베네' 점포를 적극적으로 확장,현재 111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디초콜릿이앤티에프는 '디초콜렛'을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체 중에선 한화갤러리아의 '빈스앤베리즈'가 있다.

패션업체 이랜드는 '더까페'와 '애슐리','피자몰' 등 모두 7개의 외식브랜드를 갖고 있다. 특히 애슐리의 올해 매출액은 1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외식사업 진출은 실패 위험도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대종합상사는 2003년 맥주 전문점 '미요센'과 회전초밥집 '미요젠'을 열었지만 2년 만에 철수했다. BYC 계열 신한방이 운영했던 커피전문점 '퍼즈카페'도 지난해 사업을 접었다. 신한방 관계자는 "2006년 말 서강대 1호점을 시작으로 8호점까지 확장했지만 수익 악화로 지난해 초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2개 점포를 남기고 철수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에 비해 실탄(자본)이 넉넉한 기업들의 외식사업 진출은 고용창출 및 외식산업 다양화에 긍정적이지만 무작정 나서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대표는 "철저한 시장 조사와 전문가 영입 등으로 시행착오를 줄이고 급변하는 외식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백상경 인턴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