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가족과 청소년,어린이들이 예술을 즐기며 노는 '쉼터'같은 곳입니다. 참신하고 유망한 젊은 작가들의 기획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금호미술관 박강자 관장(68 · 사진)은 미술관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박 관장은 특히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는 데 적극적이다.

"언젠가 미국 휘트니미술관을 견학했는데 그 곳에서는 자국의 유망한 작가들을 발굴 · 육성하는 데 전시의 초점이 맞춰져 있더군요. 국내에도 비슷한 미술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실제로 금호미술관은 2004년부터 매년 공모를 통해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영아티스트'전을 열고 있으며,2005년엔 경기도 이천에 '금호창작스튜디오'를 만들어 신진 작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해 오고 있다.

"아버지(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자)가 처음 광주에서 사업을 시작하셨어요. 그래서 능력있는 지방 작가들에게 애착이 더 갑니다. 안정적인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앙으로 진출하는 통로역할을 해야한다는 의무감도 생기고요. 작가만의 외로운 작업이 아니라 평론가,큐레이터로 이어지는 네트워크를 통해 당당히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까지 계속 도와줄 겁니다. "

박 관장은 '금호 영아티스트''금호 창작 스튜디오'를 통해 강홍구 유근택 김홍주 윤동천 민병헌 이우림 임태규씨 등 유망 작가 90여명을 배출했다.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작가 육성 못지않게 자료(아카이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기업은 지금 디자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앞으로 디자인 분야의 전시 영역을 확대할까 한다"고 말했다.

금호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미술관의 역사를 소개하고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함께 조망하는 전시회(17일~내년 2월28일)를 연다.

전시는 그동안 금호미술관이 수집한 작품 1만여점 중 일부를 소개하는 '소장품 아카이브'를 비롯해 중견 작가로 발돋움한 강홍구와 유근택 김홍주 윤동천 민병헌씨 등 작가 12인의 인터뷰 영상으로 꾸민 '영상 아카이브',미술관 관련 도록으로 꾸민 '도서 아카이브' 등 네 개의 아카이브로 꾸며진다.

박 관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누나로 1989년 서울 관훈동에 금호갤러리로 문을 연 뒤 1996년 사간동 현재의 자리로 옮겨 금호미술관을 정식 개관해 국내 굴지의 사립 미술관으로 키웠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