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36)와 맏사위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41)가 16일 삼성 정기 임원인사에서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올초 임원인사에서 이 전 회장의 맏딸 이부진 호텔신라 · 삼성에버랜드 전무(39)와 둘째 사위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41)가 진급한 데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41),이서현 · 임우재 전무까지 나란히 한 계단씩 오르며 삼성가(家) 3세들의 책임과 권한이 한층 강해졌다.

재계 일각에선 삼성가(家) '로열 패밀리'들이 모두 경영일선에 전진 배치돼 삼성의 미래를 그려가는 구도를 갖췄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서현 전무는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했다.

2005년 상무로 승진,자신의 전공인 '디자인'을 살려 브랜드 중장기 전략 및 상품 기획, 미래사업 발굴을 총괄하고 있다. 신사복 위주의 사업구조를 개편해 캐주얼 브랜드 빈폴을 350%,구호,르베이지 등 여성복 부문 매출을 220% 신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뉴욕스튜디오를 설립해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했고,이탈리아 밀라노 편집매장 '10꼬르소꼬모'를 국내에 여는 등 글로벌 패션기업으로의 변신을 주도해 왔다.

한국 유일의 한국 디자이너 후원기금 '삼성패션디자인펀드'를 마련해 디자이너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패션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주말마다 연극 등을 관람하고 미술전시회장을 찾는 등 자유로우면서도 부지런한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가 맏사위인 임우재 전무는 평사원 시절 자원봉사를 계기로 이부진 전무와 결혼하면서 이목을 끌었던 인물.단국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1999년 이 전무와 결혼했다. 삼성물산 도쿄주재원을 거쳐 2005년 상무보로 승진했고 이번 인사에서 다시 전무로 올라섰다.

임 전무는 오너가 답지 않은 조용하고 겸손한 스타일로 아직도 이 전무로부터 '오빠'라는 호칭을 듣는다.

삼성은 오너 일가인 이서현 전무와 임우재 전무의 경우에도 '상무 4년'이라는 승진 근무연한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 관계자는 "학력과 실무 능력을 겸비하고 있는 3세들이 승진하면서 이들의 책임이 더욱 막중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예/안상미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