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들의 통합 노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6개국이 모여 1981년 창설한 걸프협력회의(GCC)는 15일 연합군을 창설하기로 합의했으며 단일통화를 출범하기 위한 통화협정도 발효시켰다. 세계 전체 석유 매장량의 45%를 차지하는 GCC가 결속력을 높이면서 세계에서 중동 국가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군,지역안보 지킨다

GCC 회원국은 이날 쿠웨이트에서 열린 제30차 연례 정상회의에서 연합군 창설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는 6개국이 지역의 안보 현안에 공동으로 대처할 연합군을 창설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자국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압둘-라흐만 알-아티야 GCC 사무총장은 "연합군은 지역의 안정과 안보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며 "예멘 반군이 사우디 영토를 침범한 사례처럼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사태에 연합군은 적극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GCC 회원국 중 UAE와 오만을 뺀 4개 회원국이 맺은 통화협정의 발효로 단일통화인 '걸포(GULFO)'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무스타파 알 샤말리 쿠웨이트 재무장관은 "걸프통화동맹 협정이 발효됐다"며 "이에 따라 GCC 회원국 중앙은행장들은 최종적으로 단일통화를 출범시킬 '걸프중앙은행' 설립을 위한 시간표를 짤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발족할 걸프통화협의회는 앞으로 GCC의 중앙은행 역할을 맡아 단일통화 발행을 위해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국가가 중앙은행 창설을 주도할지,단일통화가 달러 등 특정 통화가치에 연계(페그)할 것인지,아니면 쿠웨이트처럼 통화바스켓에 연동하는 시스템을 택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쿠웨이트를 뺀 나머지 5개 GCC 회원국은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다. GCC 국가들의 자금력은 중국과 맞먹는 수준인 데다 이들이 원유 수출 결제를 달러화 대신 '걸포'로 대체하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장애물도 산적

GCC가 단일통화 출범에 큰 걸음을 내디뎠으나 장애물도 적지 않다. 당초 GCC 6개국은 내년 단일통화 출범을 목표로 협의를 계속해 왔으나 회원국 간 이견이 많아 협상이 지연됐었다. 내년 GCC 의장국인 쿠웨이트는 단일통화 출범에 구체적인 목표시한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지 관리들은 단일통화 출범에 최대 10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도전 과제는 걸프통화협의회 내에서의 힘의 균형이다. 쿠웨이트 등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독주를 원치 않고 있다.

이번 협정에 4개국만 참여했다는 한계도 있다. UAE는 지난 5월 사우디 리야드가 향후 걸프 중앙은행 소재지로 채택된 데 따른 불만을 품고 통화동맹에서 탈퇴했다. 그리고 오만은 2006년 2010년 단일통화 출범 목표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발을 뺐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