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송년모임에 참석했다가 '풀빵주'라는 의미 있는 술 한 잔을 나누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소년시절 풀빵 장사하던 것에 착안해 즉석에서 만든 고진감래의 뜻이 들어 있는 술이다. 당연히 화제는 대통령의 서민 행보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집권자들은 오래 전부터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달래면서 '군불을 지피면 아랫목부터 뜨거워지고 서서히 윗목으로 온기가 퍼진다'는 이른바 군불론을 주장했다. 그런데 세상이 많이 변한 지금도 비슷한 논리가 인구에 회자된다. 항상 서민들은 위기가 닥치면 먼저 타격을 입고 회복은 가장 늦다. 구들장이 없어지고 바닥 배관으로 아랫목과 윗목의 구별이 없어진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그 원인 중 하나로 관료주의를 지적한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많은 인력이 일을 해야 하는 정부는 필연적으로 복잡한 조직이 될 수밖에 없고,이 때문에 관료주의는 비능률을 상징하는 용어가 된 것이다. 경영의 신이라고까지 불린 잭 웰치가 MBA과정 학생을 상대로 한 토론에서 CEO가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에 대해서 묻자 "회사 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가장 마지막에 아는 점"이라고 답했을 만큼 소통 부재의 관료주의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을 포함한 동서고금의 문제다. 물론 많은 지도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방법이 없는 것일까.

필자는 감히 현 정부에서 그 해답의 단서를 찾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대통령은 부지런한 분으로 유명하다. 재래시장,근로현장,노점에서 서민을 챙기는 그의 모습에서 관료주의의 벽이 없음을 확인한다. 추운 윗목에 있는 서민들에게 따뜻한 온기가 아랫목과 동시에 전해지게 하는 방법은 아랫목에 있는 대통령이 직접 온기를 가지고 윗목으로 가는 것 이상의 방법은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신드롬이 되고 있는 막걸리의 부활이나 풀빵 폭탄주의 유행에서 대통령의 '서민천하지대본(庶民天下之大本)'의 사고가 관료주의를 넘어 우리 사회에 확고히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느낀다.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자선냄비는 1891년 "이 솥을 끓게 합시다!"라는 온정의 구호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상징성에 있다. 대통령이 겨울에는 따뜻한 목도리로,여름에는 시원한 부채로 힘든 이들에게 다가가는 상징처럼 사회를 단합시킴으로서 공직자들의 마음을 가다듬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선냄비가 118년간 계속되고 있듯이 그 상징 행위는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목도리는 쉬지 않고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리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