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7일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행한 기조연설의 핵심은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 · 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설립 구상이다. 언뜻 상반돼 보이는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을 접목시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녹색성장의 '얼리 무버(Early Mover)'로서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네트워크 구축"

정부는 GGGI에 전 세계 기후변화와 경제성장 분야의 최고 석학,전문가,시민활동 지도자들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아울러 녹색성장 방법론(Greeen Growth Plan)을 제시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내년 상반기 중 한국 내에 본부를 설립하고 2012년까지 선진국 및 개도국에 5개 안팎의 지부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세부 계획은 내년 상반기에 발표한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타 국가 및 기후변화 관련 기관 등에서 예산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미 기후경제 분야 세계적 석학인 니컬러스 스턴 영국 정경대 교수,토머스 헬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할 하비 클라이미트웍스 재단 대표,에릭 바인호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시니어 펠로 등 전문가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학,국제기구,연구소,시민단체 등에서 활동 중인 녹색성장 분야 인재를 적극 영입할 계획이다. 또 국내외 기후변화 및 경제정책 관련 연구소,시민단체,대학 등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녹색성장 관련 세계 최고 수준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 개도국에 녹색성장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경제성장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도 GGGI의 중요한 역할이다.

◆감축행동 등록부란

이 대통령은 '감축행동 등록부(NAMA Registry)'를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지난 9월 뉴욕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해 제안한 것이다. 개도국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행동을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등록하고 상호 검증을 하며 실천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 방안은 이번 코펜하겐 총회 합의 초안에 담겨 있어 구체적인 성과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운데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배경은 우리나라가 지난달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국가로는 처음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등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은 우리 측에 중국을 비롯한 중진국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 2012',한국 주도

우리나라가 2012년 열리는 제18차 당사국 총회 유치를 추진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이 시점은 국제적으로 교토의정서 1차 공약기간이 종료돼 '포스트 2012 기후협력체제'가 출범하는 전환기다. '포스트 2012 체제'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2012년은 우리 정부의 녹색성장 국가비전 추진 현황을 결산하는 시점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와 카타르만 유치 의사를 밝혔으며 중국과 일본,인도 등은 우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유리한 상황이다.

코펜하겐=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