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를 상대로 도용당한 항공 마일리지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때 유럽 전역을 비즈니스 무대로 삼았던 김 전 회장의 활동적 이미지와 국내 서열 2위 그룹을 이끌 정도로 재력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전 회장 주변에선 금전적 손실 여부를 떠나 항공사의 부당한 횡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현역 시절 '세계경영'을 외치며 세계 각국을 돌아다닌 경영자였다. 주로 국내 항공사를 이용했지만 유럽 등 해외에서 이동할 때는 현지 항공사를 이용했기에 그간 루프트한자에만 42만 마일이 넘는 항공 마일리지가 쌓였었다. 하지만 최근 마일리지를 검색하다 보니 29만9000마일이 사라지고 10여만 마일밖에 남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사라진 29만9000마일이면 인천~뉴욕을 네 번 왕복할 수 있는 양이다.

사건 경위를 루프트한자 한국영업소에 문의했지만 회사 측은 한때 최고의 고객이었던 김 전 회장에게 "독일 본사로 직접 연락하라"는 무성의한 답변만 했다. 루프트한자 독일 본사도 "회원번호와 핀코드만 맞으면 제 3자도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며 "마일리지 사용내역을 통보했을 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피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지난해 박모씨 등이 동의 없이 사용한 항공 마일리지 29만9000마일을 돌려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한국에선 김 회장이 가장 많은 마일리지를 보유한 고객 중 한 명일텐데도 이런 횡포를 부렸다면 다른 일반 소비자들의 피해가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간다"며 "마일리지 자체의 경제적 가치보다는 한국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루프트한자 측은 "언론 보도를 통해 피소당한 것을 알았다"며 "진상을 파악하는 대로 합당한 법적절차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