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세계 최대 석유시추업체와 벌인 심해원유시추선(드릴십) 관련 특허분쟁에서 18일 승소를 확정한다. 삼성중공업이 패소했다면 선박 설계 변경과 로열티 지급 등으로 최대 수조원의 손실 발생이 우려되는 사건이었다. 드릴십은 1척당 가격이 7억~10억달러(약 8000억~1조200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선박이어서 특허 관련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계 석유시추회사인 트랜스오션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제기한 특허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부장판사 최성준)에 최근 청구포기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18일 청구포기서에 대한 조서를 작성할 예정이어서 이날 삼성중공업의 승소가 확정된다. 청구포기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자신의 주장이 이유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원고 패소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소 취하'와 달리 피고의 동의가 없어도 가능하며 같은 사안에 대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삼성중공업을 대리한 법무법인 광장의 권영모 변호사는 "트랜스오션이 사실상 자사의 특허권 행사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랜스오션은 2007년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삼성중공업이 건조하고 있는 드릴십이 특허권을 침해했으니 그 중 일부인 5억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배상요구액은 5억원이었지만 트랜스오션 측은 소송 과정에서 손해배상액을 확장하겠다고 경고했으며,드릴십 1척당 삼성중공업에 수백만달러의 로열티를 요구했다. 서울지법은 그러나 지난해 7월 "트랜스오션 특허는 추상적으로 표현돼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삼성중공업의 손을 들어줬고,트랜스오션은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