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탤런트와 의사,공무원 등 정신수련원 회원들에게 마약 성분 약품을 먹여 집단 성관계를 갖게 하고 수련원 원장을 살해하려 한 일당과 이들에게 협조한 원생들이 경찰에 대거 검거됐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7일 광주 북구 H수련원에서 2년여간 회원들과 함께 마약을 복용한 뒤 집단 성관계를 맺은 정모씨(53 · 무직) 등 수련원 회원 71명을 붙잡아 각각 살인미수,절도,협박,마약류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중에는 탤런트 김모씨와 의사 초등교사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 회원 7명은 2007년부터 수련원을 장악할 목적으로 회원들의 음료수에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타서 마시게 한 뒤 집단 성관계를 갖게 하거나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촬영했다. 이들은 '우리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피해자들을 협박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약을 먹이고 원생 간 성관계를 강요하면서 세력을 유지했다. 주동자들은 회원인 김모씨(45 · 치과의사)로부터 졸피뎀을 넘겨받아 120여 차례에 걸쳐 원생들에게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약에 빠져든 원생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수련원 장악 음모에 가담하기 시작했고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집단 성관계를 가졌다. 특히 정모씨 등 주동자들은 수련실이나 풍물연습실, 강당 등지에서 여자회원 1명과 남자회원 4~5명이 함께 집단 성관계를 갖는 등 70여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세력을 키운 이들은 원장 이모씨(55 · 여)가 마시는 커피에 청산가리나 양잿물을 섞는가 하면 이씨를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리는 등 본격적으로 살인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이들은 또 수련원에 헌금액이 많다는 점을 노렸다. 조사결과 이들은 헌금함 등에서 83차례에 걸쳐 18억원이 넘는 금품을 훔친 것으로 나타났다.

2년간의 범행은 뜻밖에도 수련원의 수련과정에서 들통이 났다. 회원들은 지난 5~6월 마음수련 과정에서 자기잘못을 고백하는 시간에 "마약을 먹고 집단섹스를 했다" "이 원장이 먹을 커피와 음식에 청산가리와 양잿물을 타서 죽이려 했다"고 실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신고로 수사를 시작하자 71명 모두가 경찰에 출석해 자기범행을 실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입건자 대부분이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인데 어떻게 하다 이런 엽기적인 범행에 가담하게 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일부는 수련원에서 범행에만 몰두해 생업을 내팽개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수련원은 광주 북구에 본원을,서울과 순천 등지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300~400여명의 회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본원에는 250여명의 회원이 다니고 있다. 해당 수련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그동안 많은 의혹이 불거져 왔다"며 "이제야 그들의 범행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들을 불구속 입건한 데 대해 경찰은 "검찰 수사지휘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