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부품·장비株 동반강세…"비수기는 없다"
정보기술(IT)분야 부품 · 장비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매년 1분기는 비수기로 꼽히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 메이저 IT 제조업체들이 내년 시장을 겨냥,생산을 늘림에 따라 수혜가 예상돼 실적이 좋을 것이란 평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국내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TV의 수요 확대에 발맞춰 LED 부품주의 호조가 돋보이며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업황 호조에 대한 기대로 관련 장비업체들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선 1년 신고가 종목 속출

17일 코스피지수는 16.40포인트(0.99%) 내린 1647.84로 마감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3.09포인트(0.61%) 오른 510.10으로 마치며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선 IT 부품 · 장비주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LED칩 전문 코스닥 기업인 에피밸리가 이틀째 상한가를 이어간 것을 비롯해 루멘스(6.55%) 엔하이테크(1.66%) 유가증권시장의 금호전기(4.14%) 등의 LED 부품업체들이 강세를 나타냈다.

IT 부품 · 장비업체 중에선 에이디피와 케이씨텍이 각각 10.51%와 6.36% 급등하며 1년 신고가를 동반 경신했다. TSC멤시스(9.38%) 유진테크(6.97%) 등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내년 실적 호전 기대 커

주요 부품 · 장비주들의 내년 실적에 대해선 낙관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정종선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에피밸리에 대해 "본격적인 LED TV 시대가 열리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LED칩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LED 부문의 선전으로 내년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대투증권은 금호전기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각각 1.0%,4.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명뿐 아니라 LED 패키징 및 LED칩 생산라인까지 확보함에 따라 LED 대장주인 서울반도체와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도 나왔다.

내년 1월7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이들 부품주에 큰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도 높다. 반종욱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지난 1월 CES에서의 호평을 기반으로 올해 전 세계 LED TV 판매량 300만여대 중 250만여대를 팔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했다"며 "내년 CES도 전 세계 대기업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이저 IT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가 예상돼 장비주들도 주목받고 있다. 케이씨텍은 LCD와 반도체 장비를 함께 생산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황준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삼성전자 7.5세대,대만 AUO 8세대,중국 BOE 8세대 등 글로벌 LCD패널 업체들의 장비 발주가 예정돼 있고 하반기에는 반도체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며 "두 분야 장비를 모두 생산하는 케이씨텍은 내년 17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수주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쟁사에 동시 납품 업체도 많아

글로벌 경쟁 업체들에 동시 납품 중인 코스닥시장의 부품주들도 관심을 모은다. 라이벌 업체와 부품 공급선을 공유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같은 금기를 깰 만큼 기술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휴대폰 부품주에선 노키아와 삼성을 고객사로 둔 KH바텍,LG에 이어 모토로라에 납품을 시작한 이엘케이,삼성과 LG에 동시에 납품하고 있는 파트론 등이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오인범 동부증권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노키아로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며 완벽한 턴 어라운드에 성공했다"며 "하반기 실적 성장을 이끌었던 슬라이드 힌지에 대한 수요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터치 방식인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선 KH바텍의 쿼티키패드가 필수적"이라며 "KH바텍은 아이폰의 시장 잠식으로 절박해진 노키아와 삼성이라는 두 고래 사이에서 여유를 즐기는 새우"라고 비유했다. KH바텍은 호평에 힘입어 7.62% 오른 4만5200원으로 마감했다.

이엘케이도 LG에 이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납품을 시작한 모토로라가 선전하며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알리안츠자산운용이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하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파트론은 17%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이 눈길을 끈다. 박원재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진동모터와 광마우스 등 신제품은 해외시장 진출과 매출처 다변화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에도 영업이익률 15% 수준의 수익성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PC의 광학디스크드라이브(ODD) 부품을 삼성과 LG에 동시에 납품하는 모아텍아이엠도 윈도7 출시에 따른 PC시장 확대의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조재희/강현우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