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중인 쌍용자동차가 17일 서울중앙지법의 회생계획안 인가에 따라 생존의 최대 고비를 넘겼다. 쌍용차는 내년 중 중국 상하이자동차를 대신할 새 주인을 찾아 확실한 회생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쌍용차에 1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내년 판매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판매가 부진할 경우 새 주인을 찾기가 어려워져 신규 자금 지원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내년 초까지 두 차례 감자(減資)

쌍용차는 법원 결정에 따라 각종 채무에 대해 최소 3년간의 장기 거치기간(이자만 내는 기간)을 확보,회생계획안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쌍용차는 산은 등 채권자를 대상으로 채무재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쌍용차가 갚아야 할 돈은 담보 채권 2605억원과 무담보 회생채권 9716억원 등 총 1조2321억원이다. 이 중 38%(4693억원)를 면제 또는 출자전환하고,남은 7628억원(62%)을 향후 최장 10년간 분할 상환할 계획이다. 막판까지 반발했던 해외 채권단에 대해선 원금 8%를 탕감하고 45%를 출자전환하는 한편 47%에 대해서만 현금으로 분할상환(연 3.25%) 해주기로 했다.

쌍용차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자본금 감액(감자)을 실시하기로 했다. 우선 오는 27일 1차로 최대주주(상하이차) 보통주 5주를 액면주식 1주로,소액주주 보통주 3주를 1주로 각각 줄이기로 했다. 감자 비율은 73.51%이다. 이어 내년 1월17일 모든 주주에 대해 주식 3주를 1주로 병합(감자비율 66.67%)하는 추가 감자를 실시한다.

◆매각절차 본격화…"2곳 관심"

쌍용차는 내년 1월 주간사를 선정한 뒤 지분매각을 위한 국제 입찰에 나서기로 했다. 새 주인을 찾지 않고 자력으로 일어서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주간사 선정→실사→입찰공고→인수의향서 접수→예비실사→우선협상자 선정→정밀실사→본계약 체결'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여름께까지 모든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법정관리 상태여서 실사 과정이 단축되기 때문에 매각 절차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해외를 돌며 잠재적인 SI(전략적 투자자) 및 FI(재무적 투자자)를 접촉해 온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은 "쌍용차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장기적으로 발전시킬 역량이 있는 해외 업체를 우선 대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해외의 소규모 SI 1곳과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인 서울인베스트 등 2곳뿐이다. 매각대금은 3000억원 선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해외의 주요 완성차 업체가 쌍용차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산은 협상 난항…'판매 비상'

쌍용차가 산은과 자금지원 협상에 즉각 나서겠다고 했지만 산은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아무리 담보가 있더라도 매각을 앞두고 있는 회사에 신규 대출을 내줄 수는 없다"며 "새 주인이 결정되면 대주주와 신차 계획 및 고용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협의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가 내년 6월로 예정하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200' 출시가 상당 기간 늦춰지게 됐다. 쌍용차는 산은의 자금지원을 전제로 내년에 유일한 신차인 C200을 내놓아 국내외 판매를 늘릴 계획이었다.

쌍용차 관계자는 "수출 전략차종인 C200의 빠른 출시가 생존 및 해외 매각의 중요한 열쇠"라며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산은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회생 전략을 짜왔는데,산은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창원공장과 전국 서비스망 등에 대한 담보여력이 1300억원가량인 점을 들어 산은을 적극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기 평택 포승공단과 충북 영동 출고사무소 등 유휴부지를 매각해 7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