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미국 여성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는 외교관 남편과 함께 프랑스에 도착한다. 그녀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고 명문 요리학교에 다닌다. 한 수 아래 음식문화를 지닌 미국인이 프랑스 요리를 만든다는 멸시가 따르지만 그녀는 묵묵히 정진해 전설의 프렌치 셰프가 된다.

그로부터 50여년 뒤,뉴욕 여성 줄리(에이미 아담스)는 백수 탈출을 위해 요리 블로그를 시작한다.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을 보며 365일 동안 총 524개의 레시피에 도전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녀의 블로그는 점차 열렬한 반응을 얻게 된다.

노라 애프런 감독의 '줄리,줄리아'는 시공을 초월한 두 실존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맛있게 요리한다. 일류 요리사가 되는 과정에서 그윽한 삶의 향기가 묻어 나온다. 요리영화이자 뛰어난 인생영화인 셈이다.

줄리아는 근무지가 자주 바뀌는 남편을 따라다녀야 한다. 줄리의 남편은 요리에만 신경 쓰는 아내에게 토라진다. 또한 줄리는 요리 실습에서 거듭 좌절한다. 두 주인공을 지켜보는 주변인의 시선도 따스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두 여인은 이런 문제들을 딛고 요리 세계로 깊숙이 진입한다. 세상 만사는 어울림과 타협 속에서 이뤄진다는 얘기다. 중단 없는 전진이야말로 인생에서 이룩할 수 있는 최상의 무기란 교훈도 가르쳐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