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동문동의 삼성아파트.지어진 지 20년이 지난 이 아파트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매물이 나오기 바쁘게 팔려나갈 정도로 서산 일대에서 가장 인기있는 단지로 떠올랐다. 지난 10월에는 충청남도의 수많은 아파트단지를 제치고 으뜸아파트로 선정돼 상금(3000만원)도 받았다. 620세대에 불과한 지방 아파트에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대산 유화단지에 공장이 있는 삼성토탈 사원들이 주로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에는 주변의 다른 단지에 없는 독특한 시설이 있다. 주민들이 '공부방'으로 부르고 있는 1818㎡(550평) 규모의 교육문화센터(사진)다. 200석 규모의 독서실과 도서관,강의실은 물론 탁구장,테니스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공부방은 올해 초 부임한 유석렬 사장이 교육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직원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사원 모두가 행복해하는 직장''GWP(great work place)'를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였다.

공부방은 단지 시설만 갖춘 것이 아니라 카운슬러 역할을 하는 삼성토탈의 박사급 직원 3명이 돌아가며 상주를 한다. 영어,수학,과학 등 아이들이 모르는 문제를 풀어주며 경제교실이나 인성교육도 수시로 하고 있다. 와인강좌 등 부모들을 위한 각종 특강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웬만한 사설 학원보다 수준이 높지만 모든 비용은 공짜다. 이미 최대 수용 규모인 200여명의 학생들이 꽉 차있으며 수십명의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는 상태다. 김계봉 삼성토탈 대산공장 총무팀 과장은 "학습효과가 입증되면서 다니던 사설학원을 끊고 공부방을 찾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토탈은 사원 아파트였던 이곳을 작년 3월 직원들에게 분양해 줬다. 분양 이후 일부 매매나 전세 거래가 이뤄져 현재 아파트의 30%는 삼성토탈 직원이 아닌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역시 동일한 혜택을 받으면서 서산 일대에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아파트 가격도 많이 올랐다. 분양 당시 24평 기준 4600만~4800만원 선이던 집값이 지금은 1억1000만원을 호가한다. 반면 주변의 30평대 아파트 가격은 8500만원 선.공부방 운영 이후 가격이 훨씬 높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교육을 위해 자녀와 엄마가 서울로 분가했던 기러기 가족들이 다시 내려오는 회귀 현상도 늘고 있다"며 "서울 강남 대치동이 부럽지 않은 '서산 8학군'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