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사진)이 18일 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위기의식을 갖고 직원들의 고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삼성그룹처럼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위원장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선경제포럼 초청 강연에서 "우리나라 은행 CEO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은행권의 부실한 인력풀과 고임금 구조 등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특히 은행의 고임금 구조에 대해서는 "이 정도 높은 임금체계로는 경쟁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은행 CEO들이 경영을 잘 해서 임금을 많이 줄 수 있었던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며 "외환위기 때 인력을 35% 자르고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좋아진 것에 무임승차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금융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재무 건전성이 나아졌지만 맨파워(인적 자원)가 부족한 게 문제"라며 "최근 삼성 인사를 보면 수많은 잠재적 CEO를 키우고 배출하는데 금융에서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그동안 관료도 금융 CEO의 인재풀을 구성했던 게 사실이지만 관치금융이라고 비판받고 저항감도 많아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을 키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자체 조직에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회사 사외이사 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회사가 사외이사들의 이해를 위해 돌아가는 주인 없는 회사의 문제와 사외이사가 거수기가 되는 오너십이 강한 회사의 문제 등 2가지 흐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로간 이해가 고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차 임기를 도입하고 임기 상한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진 위원장은 "외환위기가 정책당국이나 그룹 오너에게 줬던 교훈은 위험을 느낄 때 가능한 한 빨리 하는 게 좋다는 것"이라며 선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서로 윈윈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오너의) 동의를 받아내는 게 쉽지 않고,그 경우 정부는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만 버티다가 더 큰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