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들어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과 이에 따른 외국인의 매수 둔화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보다는 일시적인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해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늘어나면서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이날 1유로당 1.43달러대를 기록해 3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달러 강세는 하루 이틀간의 일이 아니다. 올해 내내 약세를 이어가던 달러가 최근 강세로 돌아섰다. 12월 들어 유료화 대비 달러 환율은 1.50달러에서 1.43달러까지 떨어졌다.

이같이 달러 가치가 반등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상승했다. 18일에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1180원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시화와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에 들어온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상승 원동력이 된 외국인 매수세가 꺾이면 국내 증시의 힘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사흘 연속 프로그램 비차익거래가 순매도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롱텀펀드들이 한국시장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기점으로 제기되는 달러화의 추가 반등 가능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약화시킬 여지도 남아 있어 공격적인 대응이 부담스러운 시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달러 강세는 일시적인 반등에 그칠 뿐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확실한 경기회복 여건이나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을 고려할 때 아직은 달러가 약세를 나타낼 요소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저금리 정책 유지, 미국의 글로벌 경제 위상 축소, 주요국 외화 보유고 다변화, 수출지향적 정책 선호 가능성 등으로 달러 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달러가치 상승으로 인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과 국내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 자금 이탈을 고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경기선행지표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출구전략이 상반기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12월 이후의 달러 강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의 매수세도 아직 꺾일 때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주이환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외국인이 좋아할 만한 매력이 크다"며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하향된 것은 오히려 외국인의 국내 증시 선호도를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9월에 피치가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한 바 있어 최근 신용불안 속에서도 안정적인 매력이 높게 평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