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유소연의 해" 개막전 선전포고
미국LPGA투어에 로레나 오초아와 신지애,미국PGA투어에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있다면,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는 서희경(23 · 하이트)과 유소연(19 · 하이마트)이 있다.

서희경과 유소연은 2009시즌 KLPGA투어에서 각각 5승,4승을 올리며 '2강 구도'를 형성하더니,2010시즌 KLPGA투어 첫 대회로 중국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총상금 25만달러,우승상금 4만5000달러)에서도 연장 세 번째홀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야 우승컵의 주인공을 가렸다. 두 선수가 KLPGA투어를 대표하는 '라이벌'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한국선수 40명 등 116명이 출전한 가운데 17일 중국 셔먼의 오리엔트CC(파72)에서 시작된 이번 대회 1,2라운드의 주인공은 서희경이었다. 서희경은 이틀 연속 선두에 나서며 '2010년도 서희경의 해'임을 알릴 태세였다. 그러나 올해 간발의 차로 KLPGA투어 타이틀을 서희경에게 내준 유소연은 새 시즌 첫 대회부터 '2인자'에 머무를 수 없다며 막판 추격의 끈을 당겼다. 19일 치러진 최종일 2타를 줄이며 3라운드 합계 5언더파 211타를 기록,제자리걸음을 한 서희경과 공동선두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연장전이라면 유소연이 더 익숙했다. 2008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신지애와 맞붙어 패한 적이 있고,지난 5월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는 최혜용과 아홉 번째 홀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달 한국여자마스터스에서도 연장전 끝에 김현지에게 패해 고배를 들었다. 서희경은 프로전향 후 첫 연장전이었다. 그런데다 상대가 유소연이었던 만큼 더 부담이 있었을 법하다.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서희경이 기회를 잡았다. 그가 2온 후 6m거리의 버디기회를 남겨놓은 반면,유소연은 그린사이드 벙커샷(세 번째 샷)이 짧아 홀에서 약 8m거리의 러프에 멈춘 것.그러나 유소연은 그 칩샷을 홀속에 넣어 파세이브를 했고,결국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기회를 놓친 서희경이 티샷을 왼쪽 러프에 보내고 레이업하며 여섯 번 만에 볼을 그린에 올린 사이,유소연은 벙커샷을 홀옆 1m지점에 떨군 뒤 파를 잡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2007년 말 프로로 전향한 유소연은 2008년 4월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프로 첫승을 거두며 '대형 신인' 탄생을 예고했다. 그러나 10월 KB투어 4차대회에서 드롭 잘못으로 실격당하며 신인왕을 최혜용에게 뺏긴 데 이어 올 시즌에도 한걸음이 모자라 각종 타이틀을 서희경에게 내주고 말았다. 그런 아픔을 프로데뷔 3년째에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시즌 첫 대회부터 배어있었다. 유소연은 "한국여자마스터스에서 연장전에 졌는데 이번에는 악착같이 쳤다"며 "이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250야드 안팎의 거리에 쇼트아이언샷이 뛰어난 유소연은 자신감까지 갖추며 '국내 1인자'에 오를 발판을 마련했다.

그 반면 서희경은 "졌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전지훈련 가서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2010KLPGA투어는 내년 4월 본격 재개된다. 내년에도 두 선수의 양보 없는 라이벌 대결에 팬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2010년은 유소연의 해" 개막전 선전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