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소강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뉴욕증시 투자자들의 관심은 소매 판매 실적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이어지는 세일 시즌 판매 실적을 통해 미국인들의 소비심리 회복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서다. 소비는 미국 경제 성장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내년 미국의 경기 회복 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오는 23일 나오는 11월 소비지출은 전달에 비해 소폭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25일 발표되는 12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도 전달보다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지난 주말 미 북동부 지역 폭설로 미국인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크리스마스 대목 경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고용시장이 안정되면서 소비가 점차 살아날 것이란 기대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매 판매와 함께 22일에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가 발표된다. 미 상무부는 두 달 전 3분기 GDP 증가율 예비치를 연 3.5%로 발표했다가 이를 2.8%로 낮췄다. 월가에서는 이번에 발표되는 확정치는 수정치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비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동산 지표도 잇따라 나온다. 22일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하는 11월 기존주택판매는 연율로 625만~628만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월보다 2.5~2.9% 증가한 것이다. 다음 날 미 상무부가 발표하는 11월 신규주택판매는 전달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저 수준의 모기지(주택 담보대출) 금리에 힘입어 주택시장에서 회복 신호가 나오면 내년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확산될 수 있다. 경제 체질이 개선되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 미 달러 가치 역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

이런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내년 초 뉴욕증시의 분위기는 밝아질 수 있다. IHS글로벌인사이트의 브라이언 배튜 투자전략가는 "이번 주 경제 지표들은 대체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개혁법안 상원 처리를 앞두고 관련주들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크리스마스 전에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제유가 움직임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22일 앙골라의 수도 르완다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는 OPEC 생산량을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란,이라크 간 국경 마찰은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는 S&P500 종목 중 식품가공업체 콘 아그라푸드,전자부품업체 자빌 서킷,소매점인 월그린,메모리칩 생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6개사가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