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내년 1월1일부터 현행법이 전면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비정규직법처럼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조차 못해 보고 현행법의 전면 시행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장에서는 지금보다 더 큰 혼란과 갈등이 야기될 게 뻔해 노사 모두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습적 복수노조 설립 잇따를 수도

정치권이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1월2일부터 새로운 노조 설립이 무제한 허용된다.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는 현행법에 따라 복수노조가 허용되더라도 당장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학계나 노동계의 시각은 다르다. 이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내부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노조를 설립할 대형 사업장을 점찍어 준비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명만 있으면 노조 설립이 가능한 만큼 규약을 만들어 언제든지 노조 설립신고서를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1월2~3일부터 일부 무노조 기업이나 친기업 노조가 있는 현장에서 노조 설립이 잇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임시국회 회기(1월8일까지) 내에는 개정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 사이에 설립된 복수노조는 법적 보호를 받기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시행 초기에 잇따라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임자 임금 지급 여부 놓고 혼란 불가피

법이 시행되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를 둘러싸고 사업장별로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사측은 임금 지급을 거절하면 노조의 반발을 사고,임금을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 셈이다. 노측도 궁지로 내몰리기는 마찬가지다. 내년 7월부터 타임오프를 시행키로 한 '12 · 4 노 · 사 · 정 합의'대로라면 6개월간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법 개정이 무산되면 당장 내년 1월부터 전임자들의 임금을 못받게 된다. 사측을 압박해 임금을 변칙으로 보전받을 수도 있지만 반대파의 고발이 있을 경우 사측이 처벌을 받게 돼 '밀어붙이기'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될 경우 노조들이 전임자의 연봉 총액만큼 사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새로운 노사갈등 요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시행령 통한 보완으로는 역부족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고 그대로 법이 시행되면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노조들이 자율적으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고 여의치 않으면 조합원 과반수 지지를 받는 노조가 교섭 대표를 맡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의 시행령에도 불구하고 교섭대표 선정 과정이나 교섭대표의 공정성 문제 등을 둘러싼 변수가 적지 않아 노 · 노,노 · 사 간 갈등은 거세질 전망이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행령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노사 간 초기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