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송가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MBC드라마 '선덕여왕'이 22일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 짓는다.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이 45%에 육박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많은 화제를 남겼다.

우선 '선덕여왕'은 여성 정치인을 다룬 사극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방송가의 징크스를 깼다. 그동안 방송가에선 '천추태후' '장희빈' 등 여성 정치인을 다룬 드라마가 있긴 했지만 시청자들의 인기를 크게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덕만공주가 반대파의 견제를 이겨내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임금이 된다는 내용의 '선덕여왕'은 탄탄한 극본과 연출로 여성이 주인공인 사극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선덕여왕'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역사 속 인물이냐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실' 역을 맡은 고현정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큰 몫을 했다. 비록 미실이 선덕여왕에 맞서는 악역이었지만 번뜩이는 지략과 강한 리더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사람은 능력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부주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백성은 진실을 부담스러워하고 희망을 버거워하며 소통을 귀찮아하고 자유를 주면 망설입니다" 등 그의 대사들을 네티즌이 따로 모아 명언록으로 만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MBC는 선덕여왕이 방영되는 동안 특수를 누렸다. 1회부터 광고 완판(완전 판매)을 기록한 '선덕여왕'은 반년간 328억여원의 광고 수입을 올렸다. 80분 분량의 '선덕여왕'은 회당 팔 수 있는 광고가 모두 32개.TV프로그램 중 가장 비싼 개당 1753만5000원의 광고비를 받았다. 반대로 경쟁 방송사들은 죽을 쑤었다. 본래 50회 예정이었던 '선덕여왕'이 62회까지 연장 방송하기로 하자 다른 방송국 관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선덕여왕'으로 얼굴을 알린 신인 연기자들이 스타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비담 역의 김남길이 대표적이다. 200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남길은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영화'강철중-공공의 적'등에 출연했으나 인지도가 낮았다. 그러나 '선덕여왕'에서 야성적이지만 지고지순하게 한 여자를 사랑하는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면서 많은 여성 팬을 갖게 됐다. 김남길 외에도 알천 역의 이승효,월야 역의 주상욱도 인기 배우 대열에 들게 됐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22일 제62회로 끝이 나지만 내년 1월5~31일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뮤지컬 '선덕여왕'으로 재탄생한다. MBC와 MBC가 투자한 뮤지컬 전문회사 MMCT가 공동 제작하는 이번 뮤지컬은 제작비 25억원이 투입되고 앙상블을 포함해 28명의 배우가 무대에 올라 '선덕여왕'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