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 중소형주로 연말 '윈도드레싱' 나서
투신권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연말 수익률 관리를 위해 주식을 매수하는 '윈도 드레싱'에 적극 나서고 있어 관심이다.

특히 올해는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덜한 중 · 소형주에 매수세를 집중시켜 대형주와의 '수익률 갭 메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박스권 돌파 이후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기관들이 주요 매수 대상으로 삼는 중 · 소형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탄 부족으로 중 · 소형주 매수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5545억원을 순매수했다. 아직 거래일이 7일가량 남아 있긴 하지만 기관이 매수 우위를 나타내기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 3월(1조4817억원) 이후 9개월 만이다.

특히 기관 매도를 주도해 왔던 투신권이 이달엔 4856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규 펀드 자금 유입이 부진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올해 성과가 저조한 펀드를 중심으로 빠듯한 실탄을 동원해 제한적이나마 연말 결산을 앞둔 수익률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포스코 LG전자 등 대형 블루칩 위주의 매수세를 계속하고 있는 것과 달리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은 비교적 중 · 저가 우량주들을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이달 들어 투신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포스코(2399억원)지만 호남석유 삼성물산 두산인프라코어 NHN 효성 OCI 한국타이어 등도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또 코스닥시장에서는 소디프신소재 휴맥스 테크노세미켐 등이 투신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들 종목은 모두 양호한 상승률을 보이며 '윈도 드레싱' 효과를 누리고 있다.

호남석유의 경우 4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더해지며 이달 들어 주가가 15%나 올랐다. 삼성물산은 16% 넘게 치솟아 지난달 두바이쇼크에 따른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NHN은 연일 쏟아지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를 나타냈다.

코스닥 종목들도 신화인터텍이 이달 들어 62% 급등한 것을 비롯 에이디피 오스템임플란트 하나마이크론 등이 30% 넘는 상승률을 보이며 질주하고 있다.

최인호 하나UBS자산운용 본부장은 "올해 주가 상승이 대형주 위주로 이루어진 탓에 중 · 소형주들의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매력이 비교적 돋보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 상승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기관들이 대형주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상승 여력이 있는 중 · 소형주로 연말연시 장세를 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IT · 자동차 부품주 주목할만

통상 대형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윈도 드레싱'이 올해는 중 · 소형주에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기관들이 매수하는 종목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 본부장은 "투신 등 기관들은 추가 매수 여력이 제한적인 반면 펀드 내 대형주 비중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 당분간 눈에 들어오는 중 · 소형주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숨고르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상향 조정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기관들의 수익률 게임에 동참하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부품주의 경우 내년까지 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데다 주도주 강세의 후광을 기대할 수 있어 주목할 만한 대상으로 꼽혔다.

황 연구원은 다만 "기계와 조선 등은 기관의 매수세 유입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황이 꺾인 상황이어서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윈도 드레싱은 연말 이례적으로 나타나는 일시적 이벤트인 만큼 수급과 함께 향후 이익 모멘텀이 뒷받침되는 종목으로 투자 대상을 압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지연/김동윤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