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모든 걸 바꾼다. 아름다움과 선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날씬함이 곧 미(美)요 선(善)이라지만 예전엔 천만의 말씀이었다. 경국지색이라던 중국 당나라 양귀비는 하얀 돼지로 불릴 만큼 통통했다고(78kg ?) 하고,서양 명화(名畵) 속 여성 또한 대부분 풍만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물론 '잠든 여인''햇빛 속의 여인'같은 르느와르 그림의 주인공들도 가녀린 몸과는 거리가 멀다. 그도 그럴 것이 풍만한 몸매는 오랫동안 넉넉함과 여유로움,푸근함의 상징이었다. 날씬함이나 늘씬함은 '비쩍 말라 볼품 없음'과 동의어였다.

여성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남성 역시 투실투실한 얼굴에 배도 좀 나와야 마음씨 좋은 부자처럼 여겨졌다. KFC의 상징인 커넬 샌더스의 형상은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만병의 근원인 비만이 패스트푸드에서 온다고 공격받으면서 2005년 배불뚝이 샌더스 할아버지는 근육질의 '샌더스 아저씨'로 변신했다.

이번엔 산타클로스도 날씬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제를 제기한 인물은 호주의 전염병 학자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 나탄 그릴즈 박사.박사에 따르면 지금처럼 뚱뚱한 산타는 비만을 기쁨과 안정 내지 쾌활함과 밝음 같은 긍정적 메시지로만 인식되게 할 수 있는 만큼 속히 다이어트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산타가 처음부터 뚱뚱하진 않았다고 한다. 지붕을 타야 하고 굴뚝도 드나들어야 하니 날렵했는데 토머스 나스트란 만화가가 그린 성탄절 삽화를 통해 점차 몸이 불어나더니 1931년 코카콜라의 판매량 만회를 위해 제작한 광고에서 지금처럼 빨간 옷의 뚱보로 변했다는 것이다.

산타는 서기 270년께 지금의 터키 지역 대주교였던 성(聖) 니콜라우스의 선행에서 유래됐다. 양말은 가난한 자매를 위해 굴뚝으로 떨어뜨린 금덩어리가 벽에 걸어둔 양말로 들어간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슴 썰매는 1822년 클레멘트 무어가 발표한 시에서 비롯됐다.

그릴즈 박사는 산타가 날씬해지려면 썰매도 버리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 했다는데 그렇게 되면 하얀 눈 속을 달리는 루돌프의 모습도 사라져야 할 판이다. 그릴즈 박사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날씬한 산타의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릴즈 박사의 주장이 과연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