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신화'의 주역으로 꼽히는 천재 게임 개발자 요코이 군페이.그는 고비용의 첨단기술이 아니라 이미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기존 기술의 활용 범위를 극대화하는 '낡은 기술의 수평사고'를 통해 '게임보이'와 같은 빅히트작을 남겼다. 그의 상품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는 한 마디."훌륭한 상품이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많이 팔리는 상품이 훌륭한 것이다. "

요코이의 이 말은 오늘날 히트상품론의 금과옥조로 통한다. 소비자들이 수용하기 힘든 첨단기능을 갖추느라 가격이 껑충 뛰어 버린 이른바 '전문가의 함정'에 빠진 제품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대신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읽어 적절한 기능과 가격대의 제품을 제때 선보이는 것이 히트상품의 필요충분 조건이다.

올 하반기 '한경 소비자대상'의 영예를 안은 제품들도 이 같은 히트상품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웰빙'과 '가치소비'라는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차별화된 광고 · 마케팅 전략으로 불황을 이겨낸 제품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웰빙'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의 유형을 △5년 이상 이어지면 '트렌드' △10년 이상이면 '메가 트렌드' △30년 이상 지속되면 '문화'가 된다고 정의한다. 이 모델을 적용하면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 사회에 형성된 웰빙 바람은 이제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웰빙 기류가 '안티 웰빙'의 대표격인 주류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연초부터 막걸리가 '유산균의 보고(寶庫)'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막걸리 열풍이 불어 국순당의 '국순당 생막걸리'가 수상 리스트에 올랐다. 막걸리가 한경 소비자대상을 수상한 것은 1993년 이 상이 제정된 이래 16년 만에 처음이다.

또 한국형 즉석 쌀국수를 표방하는 농심의 '둥지쌀국수 뚝배기','자연이 만든 순수한 과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오리온의 웰빙과자 '마켓오',무(無)소포제 · 무유화제 · 무화학응고제의 '첨가물 0% 두부'라는 컨셉트의 '풀무원 두부',100% 국내산 1등급 재료만으로 프리미엄 김치 바람을 몰고 온 '동원 양반 명품김치' 등도 웰빙 트렌드를 주도한 제품들이다.


◆기능 'UP',매출도'쑥'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심리에 맞춰 차별화된 기능도 히트상품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골드윈코리아의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은 고어텍스와 복원력이 탁월한 오리털(700필파워급),고밀도 초경량의 퍼텍스 콴텀 소재 등을 이용한 고기능성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의 노화방지 화장품 '마몽드 에이지컨트롤'은 항상화 물질인 '플라워 ORAC 3000'과 'EGCG' 등을 함유,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발효유 신제품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간 보호 기능을 인정한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을 넣었다. 한 병에 하루 필요 섭취량인 2460㎎의 헛개나무 열매 분말을 함유,한국야쿠르트의 새로운 주력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