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오락가락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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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이 이메일 한 통을 보내왔다. 2010학년도 자율형공립고 지원현황에 대한 보도자료였다. 지난 17일 마감된 자율형공립고 중 최고 경쟁률을 보인 곳과 미달된 학교 이름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당초 시교육청은 구체적인 학교 이름을 밝히지 않고 최고와 최저 경쟁률만 공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미달학교 이름이 공개되면 재학생과 학교가 치명타를 입는다는 그럴 듯한 이유를 내세웠다. 그랬던 시교육청이 주말이 지나면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미달학교 학생들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는 오간데 없이 명단을 공개했다.
시교육청 측에 불과 며칠 새 변심한 이유를 물었다. "자율형사립고는 학교별 경쟁률을 공개했는데 자율형공립고도 공개하지 않으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아 공개하기로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원래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명단공개는 뒤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오락가락'행정으로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는 크게 손상됐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다. 이미 시교육청은 시행을 코앞에 두고 고교선택제 선발방식을 변경해 학부모들의 호된 질타를 받은 터였다. 고교선택제 혼란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들은 "그렇게 많이 바뀐 것도 아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느라 이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경회 부교육감(교육감 권한대행)은 "이런 결정을 너무 늦게 하게 된 것은 정말 죄송하지만,막판에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는 게 더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변명했다.
요즘 시교육청은 어느 한 쪽의 거센 항의나 지적을 받으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아랑곳없이 시행단계에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급(急)수정'하는 일이 잦다. 이는 정책을 검토하는 단계부터 신중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시교육청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 큰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교육의 생명은 '신뢰'다. 기업은 마케팅전략을 제품에 따라,시즌에 따라 바꿀 수 있지만 교육정책은 백년지계여야 한다. 충분한 검토와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나온 무게 있는 교육정책을 기대해본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
당초 시교육청은 구체적인 학교 이름을 밝히지 않고 최고와 최저 경쟁률만 공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미달학교 이름이 공개되면 재학생과 학교가 치명타를 입는다는 그럴 듯한 이유를 내세웠다. 그랬던 시교육청이 주말이 지나면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미달학교 학생들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는 오간데 없이 명단을 공개했다.
시교육청 측에 불과 며칠 새 변심한 이유를 물었다. "자율형사립고는 학교별 경쟁률을 공개했는데 자율형공립고도 공개하지 않으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아 공개하기로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원래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명단공개는 뒤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오락가락'행정으로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는 크게 손상됐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다. 이미 시교육청은 시행을 코앞에 두고 고교선택제 선발방식을 변경해 학부모들의 호된 질타를 받은 터였다. 고교선택제 혼란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들은 "그렇게 많이 바뀐 것도 아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느라 이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경회 부교육감(교육감 권한대행)은 "이런 결정을 너무 늦게 하게 된 것은 정말 죄송하지만,막판에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는 게 더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변명했다.
요즘 시교육청은 어느 한 쪽의 거센 항의나 지적을 받으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아랑곳없이 시행단계에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급(急)수정'하는 일이 잦다. 이는 정책을 검토하는 단계부터 신중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시교육청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 큰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교육의 생명은 '신뢰'다. 기업은 마케팅전략을 제품에 따라,시즌에 따라 바꿀 수 있지만 교육정책은 백년지계여야 한다. 충분한 검토와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나온 무게 있는 교육정책을 기대해본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