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매시장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큰장'이 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10년 경매시장이 지역별 · 상품별 양극화가 심화되고,낙찰가격은 전반기에 올랐다가 후반기 보합세를 보이는 이른바 '전강후약' 장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경매시장을 통해 내집마련 계획을 세운 실수요자들은 연초인 1분기가 유리하고,투자자들은 2분기에 움직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매물건 증가…수요자 선택폭 커질 듯

내년 경매시장은 수요자들의 선택폭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은석 다다부동산재테크 대표는 "지난해 경기불황 여파로 경매시장에 쏟아진 부동산 물건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경기회복이 급격히 이뤄지지 않는 한 내년에도 주거 · 상가 · 토지 등 다양한 부문에서 물건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급증한 가계대출은 경매물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큰 폭으로 늘어난 가계대출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입자를 양산하면서 경매물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잔액은 542조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 한해 가계대출은 26조원이 새로 늘었다. 매월 평균 3조~4조원씩 증가한 셈이다.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은 내년 상반기에 한 달 평균 약 1만건의 물건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매물건은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이후 실제 시장에 나오기까지 6개월의 시간차가 있다. 현재 접수된 경매 예정물건(올 하반기 월평균 1만건)을 집계하면 6개월 이후의 물량이 예측 가능하다. 강 팀장은 "올해 경매시장 규모의 추정치는 15조8000억원으로 분석되는데,이는 사상 최대 규모"라며 "내년에는 이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 상품별 양극화 뚜렷

내년 경매시장은 '전강후약'의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강은현 미래시야 이사는 "내년 실물경기 회복 시점이 경매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반기에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 올해처럼 내년 상반기에 경매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로써 "실수요자들은 1분기에 발빠르게 움직여 내집마련에 나서는 게 좋다"며 "투자자들의 경우 경기를 봐가며 2분기에 들어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큰 수익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우형달 경매전문컨설팅 GMRC 대표는 "올해처럼 대출 규제가 지속된다면 금융권 돈을 빌려 경매에 뛰어들려는 투자자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큰 수익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주거상품 전망 밝아,상가투자는 글쎄

부동산 상품별로는 주거용 물건이 여전히 전망이 밝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수요층이 많은 서울지역 소형 아파트 경매물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울 외곽지역의 중 · 대형 주택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경기도 용인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

상가시장은 서울의 핵심 상권을 제외하면 투자가치가 높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상가 시세는 실물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 외곽지역 근린상가는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토지는 지역별 격차가 클 전망이다. 용인 경전철 개통 예정지 등 개발재료가 있는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지시장의 경우 거래가 위축되면서 올해도 10만건 정도가 경매시장에 쏟아져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강은 팀장은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2010년 말까지 유예되는 점을 이용해 호재가 있는 토지는 매수세가 뒤따를 수 있다"며 "개발제한 구역과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보금자리주택 주변,토지 보상 인근 지역이 땅값 상승의 견인작용을 할 곳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