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증시 비관론자인 김학주 상무가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삼성증권은 23일 조직개편에서 유재성 은행업종 담당 연구위원(상무)을 신임 리서치센터장으로 발령했다. 신임 유 센터장은 홍콩지점에서 근무하며 금융팀장과 리서치헤드를 맡아왔다.

김 전 센터장과 유 센터장은 1963년생으로 동갑내기다. 그동안 한국과 홍콩에서 각각 리서치센터를 이끌면서 삼성증권의 브레인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로 유 센터장만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

김 전 센터장은 2006년 2월부터 약 4년간 끌어왔던 리서치센터에서 한 발 물러나게 됐다. 현재 거취는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리서치센터에서 임원직을 유지하면서 기존의 자동차 업종 혹은 스트래티지스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센터장은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신중론자이자 비관론자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올해 계속된 시장 상승세에도 하락과 더블딥(이중침체)을 점쳤던 인물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김 전 센터장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했고, 올해들어 이직한다는 소문도 여러차례였다. 그렇지만 김 전 센터장은 최근까지도 비관론을 굽히지 않았다.

현재 유가증권 시장에는 '버블'이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최근까지도 경고했다. 버블이 커진다면 코스피지수는 1850선까지 올라가지만, 버블을 제외한 코스피 지수의 적정선은 1540선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인사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문책성'과 '조직개편'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삼성증권 영업관련 조직에서 김 전 센터장의 '비관론'에 불만을 제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서치센터에서 발표되는 종목 보고서들 또한 '비관론'에 바탕을 두다보니 '살' 종목 보다는 '팔' 종목이 많았다. 때문에 조직 내에서도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여기에 이번 인사는 영업조직을 대폭 강화하다보니 어쩔수 없었다는 평가도 있다. 증권업계에서 '비관론'은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이번 인사에 작용했다는 추측이다.

논리의 전개방식 중에 정반합(正反合)이라는 용어가 있다. 기본적인 구도는 정(테제)이지만, 그것과 반대되는 반(안티테제)와의 갈등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합(진테제)으로 통합된다는 의미다.

김 전 센터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합치면 여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매수 리포트 일색인 증권가 리서치센터에서 '반'의 목소리가 힘을 잃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