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법인세 · 소득세 인하 문제와 관련, 최고세율 구간에 대해선 2년간 이를 유예(猶豫)키로 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의결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업의 지방 투자분에 한해 7%의 공제율을 유지키로 했다. MB노믹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감세 ·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통한 경제활성화 정책이 국회의 문턱에 걸려 크게 흔들리게 된 셈이다.

국회 재정위의 세법개정안은 부자 감세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인상이 역력하다. 소득세의 경우 최고세율(35%)이 부과되는 연소득 8800만원(과세표준 기준) 초과자를 제외하면 세율 인하가 예정대로 적용된다. 법인세율 인하가 유예된 대상도 과세표준 2억원 초과 기업들에 국한된다. 연간 최고 120만원이 지급되는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대상을 영세자영업자까지 확대하는 등 서민 혜택을 크게 늘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정위 의원들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세수 확대가 불가피하고, 또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고소득자들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대기업 법인세 인하 유예로 연간 3조2000억원, 고소득자 소득세 인하 유예로 연간 2300억원씩 각각 세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방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유지에 따른 세수 감소 예상액 1조5000억원을 상쇄하고도 상당한 세수 증대 효과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기업 · 고소득자라 해서 무조건 불이익을 강요하거나, 이미 예정됐던 감세계획까지 갑자기 취소한다면 그것은 인기영합에 급급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 특히 법인세 인하 유보가 가뜩이나 부진한 기업투자를 더욱 위축시킬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한층 우려가 크다.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투자를 늘리고 경기회복 및 고용확대를 꾀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그런데 여당이 다수당인 국회가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며 정부 신뢰성에 손상을 가해서야 말이 되는가. 이번 세법개정안은 앞으로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전면적 재검토가 이뤄져야 하고 최소한 법인세 인하 계획이라도 예정대로 실행에 옮겨져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