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아프가니스탄 병력 증원이 성공한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 아시프 자르다리 대통령이 실각한다. 유럽에서는 동유럽발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하고 실업률이 늘면서 인종주의가 고개를 든다. 위기는 중국의 자산 거품 붕괴로 이어진다.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쿠데타로 실각하고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미국의 남미 외교는 호기를 맞는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2일 아프간 정세 호전,파키스탄 쿠데타,유럽발 금융위기,중국 버블 붕괴 등 내년에 일어날 수 있는 세계 10대 뉴스를 선정해 소개했다. 뉴스위크는 국가채무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그리스를 비롯해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제2의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국가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탓에 재정 및 통화 정책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 내년에 금융위기를 피하더라도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국도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치솟으면서 버블 붕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조위안(약 680조원)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8%대의 고성장에 성공했지만 인플레 위험과 과잉설비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뉴스위크는 경제 위기가 정치 · 사회 위기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스위스가 이슬람사원 첨탑(미나렛) 건설을 주민투표를 통해 금지키로 하는 등 점점 세력을 얻어가고 있는 유럽의 인종주의가 극우정당 약진,폭력 사태 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고유가를 등에 업고 무리한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해 온 차베스 대통령이 쿠데타로 실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에선 보수당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 획득에 실패할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자유민주당과 연정을 맺어 재정적자 축소 등 시급한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중앙아시아 정세 악화도 점쳤다. 권력 기반이 취약한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쿠데타로 실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이란 핵 문제가 악화돼 미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대이란 경제 제재를 발동할 가능성도 높다. 뉴스위크는 핵 개발을 주도하는 이란 내 강경파인 혁명수비대의 권력이 점점 커지고 있어 핵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나쁜 뉴스만 있는 건 아니다. 뉴스위크는 이달 초 아프간에 미군 3만명과 나토군 7000명을 증원하기로 한 결정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늘어난 병력으로 주민 보호를 강화하고 주둔 지역에 대한 장악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경제가 중국 수준인 8% 이상 성장하면서 세계경제에 호재가 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쿠바도 카스트로 전 의장이 사망하면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두바이 그리스 우크라이나 등 일부 국가의 채무불이행 위험 △잇따른 주요국 선거 △미 · 중 관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내년에 주시할 만한 정치적 리스크(위험)로 꼽았다. 로이터는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선언 이후 국가부채 문제가 심각한 남동부 유럽 국가들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간 선거,영국 헝가리 라트비아 칠레 등 유럽과 남미 각국의 선거도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무역,환율,온실가스 배출 등 각종 현안에서 점점 커질 것으로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한반도 정세를 급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