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서울 강남구에서 개원한 35세의 치과의사다. 개원 3년차에 접어들면서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그동안 효과적인 재무설계를 하지 못했다. 50대 중반부터는 의료봉사 활동을 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노후자금을 미리 마련해 두고 개원할 때 받은 대출도 갚아야 한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A 상담 의뢰인 한성원씨(가명)는 아파트 전세금 2억원과 병원 임차보증금 1억원 등을 합쳐 4억원가량의 자산을 갖고 있지만 병원을 개업할 때 은행에서 받은 대출 2억5000만원을 빼면 순자산은 1억5000만원 정도다. 개원 이후 소득의 편차가 컸던 탓에 대부분의 여윳돈을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만기 3~6개월의 단기 예금 등 유동성이 높은 상품에 예치해 왔다. 노후자금을 준비하고 대출도 갚기 위해서는 단기 상품에만 들어가던 돈을 나눠 장기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변액연금으로 노후자금부터

한씨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나 개인사업자들은 노후자금 마련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소득이 많은 데다 정년퇴직도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지금처럼 일하고 많은 돈을 벌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업종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경기 변동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노후자금 마련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개인사업자가 노후 대비에 관해서는 더 취약하다고 볼 수도 있다. 봉급생활자는 직장을 그만둘 경우 퇴직금이라도 받지만 개인사업자는 사업에 실패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따라서 개인사업자는 스스로 퇴직금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더 치밀하게 노후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노후자금 마련의 최우선 수단은 변액연금보험이다. 변액연금은 장기 투자를 하면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연금 지급이 시작될 때까지 계약을 유지하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다. 기간 제한 없이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변액연금의 장점이다.

한씨는 한 달에 무려 570만원을 CMA 등 단기 상품에 넣고 있었는데,이 중 175만원을 떼어내 변액연금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생명보험사들이 다음 달부터 새 경험생명표를 적용하면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므로 가급적 올해 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변액연금과 함께 연금저축에 가입하면 노후를 대비하면서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한씨는 소득이 높은 편이어서 소득공제 상품으로 더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연금저축은 납입한 금액의 100%에 대해 연간 3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가 적용되므로 한 달에 25만원씩 불입하면 된다. 이렇게 할 경우 한씨는 연간 115만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대출 상환보다 위험 대비가 우선

한씨는 매달 100만원의 대출 이자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원금(2억5000만원)은 전혀 갚지 못했다. 하지만 한씨의 경우 너무 조급하게 대출을 갚으려 할 필요는 없다. 한씨가 받은 대출은 은행의 전문직 대상 대출로 금리가 낮은 편이어서 이자 상환이 당장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또 대출 이자로 내는 돈을 병원의 비용으로 처리하면 세금을 줄일 수도 있다.

현재 상태에서는 대출을 빨리 갚는 것보다는 대출에 관한 위험 관리가 시급하다. 만약 외벌이인 한씨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어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한씨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매우 위태로워진다. 한씨가 갑자기 죽을 경우 가족들이 최소한 대출은 갚을 수 있도록 대출금과 같은 금액의 보험금이 나오는 종신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월 3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면 대출금과 비슷한 규모의 사망 보험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대출 만기를 연장할 때 금리가 크게 올라 이자가 늘어날까 두렵거나 대출에 대한 심적 부담이 크다면 지금 갖고 있는 예금으로 원금을 일부 상환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예비자금 마련해 소득 감소 대비

노후자금 외에 주택구입 자금과 자녀 교육비 등을 마련하려면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에 추가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한씨의 경우 앞으로 병원을 확장하거나 입지가 더 좋은 곳으로 이전하려고 할 때 돈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금 상품과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남은 돈으로 적립식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적립식 펀드는 국내 주식형 위주로 가입하고 적립식 펀드와 ETF의 비중은 6 대 4 또는 7 대 3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에 연동돼 수익률이 결정되는 지수연동형 펀드로 시장 평균 정도의 안정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고 일반 펀드나 인덱스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ETF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는 않아 ETF에 투자할 때는 거래 규모가 큰 종목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소득의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씨는 최근 들어서는 월 1000만원 정도를 꾸준히 벌고 있지만 한때는 한달 수입이 400만원에도 못 미치는 등 소득 변동이 큰 편이다.

급격한 소득 감소에 대비해 CMA 계좌의 잔액을 3000만원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3개월치의 소득을 예비자금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CMA의 잔액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은 펀드를 비롯한 다른 투자 상품에 불입,좀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한다.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