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작은 휴대폰 알람이다. 차를 타면 DMB방송으로 뉴스를 본다. 일의 시작은 컴퓨터요,컴퓨터의 시작은 인터넷이다. 우편 연하장 대신 이메일카드가 날아온다. 노래도 MP3로 듣고 술마신 저녁 콜택시는 휴대폰 한 통화면 달려온다. 연말 자동차세도 저녁에 인터넷뱅킹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우리는 이미 'e좋은' 디지털 세상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산다.

디지털 세상의 중심은 단연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이전의 어떤 기술이나 기기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을 너무나 많이 갖고 있다. 인터넷은 모든 디바이드(divide: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다. '교육 디바이드''정보 디바이드'는 물론 '연령 디바이드''성별 디바이드''권력 디바이드''부의 디바이드'도 인터넷이 다 풀어낼 것이다. 이제 산간벽지에서도 미국 명문대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고,시골에서도 세계의 음악을 접할 수 있다. 인터넷이 휴대용 통신기기와 결합되면서는 더 많은 일이 벌어지게 됐다.

"전 세계인구의 25%가 인터넷을 쓰고 있다. 세계적으로 40억개의 휴대폰이 쓰이고 있다. 휴대용 전자기기들은 인터넷 전화기 카메라 음악재생기 TV 도서관의 기능을 혼합해 제공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이 문명의 새로운 매체가 되면서 박애주의부터 조직범죄까지 모든 범주의 인간 행태가 새롭게 싹트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에 의해 가상공동체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가 창조될 것이다. "(유엔미래보고서2)

우리는 이제 언제 어디서든 소통할 수 있게 됐고,항상 연결(connected)될 수 있다. 단 전제가 있다. 플러그드(plugged) 즉 기기와 연결될 때만이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현대인의 고독은 어쩌면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휴대폰배터리가 떨어졌을 때일지도 모른다.

세상과 꽁꽁 묶여 연결된 이런 삶이 과연 행복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전체적인 삶의 질은 향상될지 몰라도 인터넷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완전 검색되니 예전에 헤어졌던 사람들을 할 수 없이 다시 만날 때도 많다. 동창이었지만 이후 자주 만나지 않았다면 서로에게 끌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자연적인' 질서를 억지로 거꾸로 돌려놓으면 문제가 생긴다. 별로 친하지도 않던 동창생의 장인 부음까지 문자로 받아야 하는 세상이다.

삶의 순간에는 바람처럼 흘려보내고 싶은 일들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촘촘히 연결돼 있으니 몇 년 후면 나의 모든 기록이 누군가에 의해 재생되고 복제되고 검열될지도 모를 일이다. 행복과 공포가 공존해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연결돼 있다. 우리의 비즈니스도 일상도 모두 인터넷과 각종 디지털 기기를 떠나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의 모든 스트레스는 그러니까 바로 이 연결에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학자들은 미래 인류의 진정한 휴가를 언플러그드(unplugged)로 보고 있다. 어디에 있든 인터넷 없고 전화가 없으면 바로 해방이요,자유라는 것이다. 여기다 TV도 없고 라디오 들을 차도 없으면 더할 나위 없다. 언플러그드 그 자체가 몸과 마음에 안식을 주는 휴가인 것이다.

당장 실천할 수 있다. 내일부터 이어지는 3일간의 연휴,당신에게 진정한 안식을 주는 언플러그드 휴가를 가져보라.묘한 자유를 느낄 것이다.

권영설 <한경 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