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정통 증권맨' 김봉수 키움증권 부회장(56ㆍ사진)이 한국거래소의 새 수장이 됐다. 41개 주주 회원사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경선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증권업계를 잘 대변해 줄 것이란 게 증권업계 평가다.

한국거래소는 23일 오후 거래소 신관 21층 대회의실에서 신임 이사장을 선출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열고, 후보 3명을 대상으로 최종 후보를 뽑는 경선을 벌였다.

이날 주총에는 총 42개 주주사 중 제이피모간퓨처스(0.43%)를 제외한 41개 주주사(지분 99.57%)가 참석했다. 투표는 전자투표 방식으로 이뤄졌다. 거래소 이사회 의장과 임원추천위원장, 시장감시위원장, 유가증권본부장, 코스닥본부장, 파생상품본부장 등 거래소 관계자도 참석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 등 3명의 후보는 주총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41개 주주사들로부터 의결권 있는 지분 99.57% 중 60.51%를 득표, 나머지 후보인 이동걸 신한금융투자 부회장과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압도하며 이번 경선에서 승리했다.

당초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다 득표자와 차순위 득표자 두 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김 부회장은 사실상 거래소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됐지만, 앞으로 노조통합과 구조조정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전 이사장이 임기중 돌연 사표를 던지면서 두 달 이상 거래소 수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일단 거래소 측과 정면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노조 측이 신임 이사장 선출에 앞서 강력히 요구했던 사항중 하나가 바로 정부와 친분이 있는 힘있는 이사장이었다"며 "민간 이사장 후보 중에서도 정부와 더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부회장이 이번에 선출됐기 때문에 노조도 강경한 자세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증권업계에선 김 부회장이 고려대를 나온데다 윤진식 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청주고 선후배 지간이라는 점을 들어 강력한 이사장 후보로 여겨왔다. 올초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거래소에 정부 관계자의 입김이 새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전혀 작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부회장은 또 거래소가 이달초 내놓은 조직개편 방안에 대해서도 빠른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5개부서 15개팀을 없애고 총 직원을 10% 감축하는 ‘한국거래소 경영효율화 추진을 위한 조직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소원했던 금융투자협회와의 관계개선도 기대된다. 김 부회장은 업계 주요인사와 두루 친분이 두텁기 때문이다. 황건호 금투협 회장과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주총에서 최종 후보로 결정된 김 부회장은 앞으로 금융위원회 제청 및 대통령 임명을 거쳐 거래소 새 이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