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의 투자비밀19]펀드업계 '덩크슈터' 김광진 "리스크를 회피하지 말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수와 사장 2명이 직원 전부인 '캐슬뮤직'의 전속 가수, 매출도 거의 없는 음악사 소속이지만 여섯 번째 후속 음반을 낼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불혹의 청년.
그 주인공은 영혼을 울리는 미성으로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불후의 명곡 '마법의 성'의 작곡가이자 가수인 김광진(45) 동부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장이다. 그는 냉혹한 주식시장을 빗겨나 있을 때의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세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가수라는 이미지가 그 어느 분야보다 냉철해야 하는 주식투자의 세계에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 김 본부장은 여유 있는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사람들이 저를 못 알아봐요. 그래도 왕년에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히트곡을 쓰고 부른 중견 가수인데 말이죠.(웃음) 그런데 지난해 폭락장이 시작되기 직전에 알 수 없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 음악하는 사람의 예민함이 증권투자에도 도움이 된 건가요?"
김광진 본부장은 장은투자자문, 하나경제연구소,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등을 거쳐 2002년부터 동부자산운용에 몸담고 있다. 2005년 출시한 ‘더클래식’ 펀드 시리즈를 동부자산운용 대표 펀드로 키운 주역 이기도하다. 현재는 운용 보다는 종목 발굴과 투자전략을 버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1991년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로 작곡가에 데뷰했고, 이승환의 '덩크슛'으로 스타 작곡가 반열에 올라섰다. 1994년에는 그룹 '더클래식' 멤버로 '마법의 성'을 히트시키며 애널리스트와 가수생활을 병행했었다.
이후 애널리스트와 가수생활을 함께 하기가 점점 힘들어지자 1998년 증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가수로 나서기도 했다.
전속사 '캐슬뮤직'의 사장은 김광진 본부장으로부터 선물받은 1집 앨범 수록곡 '너를 위로할 수가 없어'로 이대가요제에서 수상의 영광까지 안았던 지금의 아내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2002년 동부자산운용에서 다시 금융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200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더클래식펀드'를 성공시키며 또다시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 "합리적으로 싼 주식을 사라"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의 동부자산운용 빌딩, 줄무늬 정장에 엣지 있는 목도리를 두른 김광진 본부장은 사무실을 휘젓고 다니며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찾아온 손님을 맞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김 본부장은 본업인 투자의 세계에 관한 질문이 시작되자 진지해졌다.
사실 김 본부장은 애널리스트의 외길을 걷고 있지만, 2002년 동부자산운용에 몸담은 이후에는 '퍼널리스트'(funalyst) 직함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퍼널리스트는 펀드매니저(fund manager)와 애널리스트(analyst)를 합친 신조어다. 대상 기업을 직접 방문해 조사·분석하는 애널리스트의 업무와 투자 여부까지 관여하는 펀드매니저의 두가지 업무를 겸한다.
동부자산운용은 각 업종별 5명의 애널리스트가 펀드에 편입할 종목을 분석해 골라놓으면 2명의 펀드매니저들이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최종 선정한 종목들이 거의 대부분 펀드매니저들의 투자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두 직종 간 경계를 말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다. 철저한 협업 시스템이다.
김 본부장이 리서치업무와 틈틈이 가수 생활을 병행하고 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독특한 업무 시스템 덕분이다.
지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버리고 종목선택에 집중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중시한다. 매크로 지표를 먼저 분석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은 솔직히 자신없다고 김 본부장은 잘라 말한다.
"큰 그림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경제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란 예측을 믿을 수도 없습니다. 기업의 주가는 경제상황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같이 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산업구조가 더 중요합니다. 나아가 분석기업의 경쟁구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2009년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이 좋은 것은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기업의 경쟁구도와 실적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적중률이 높다는 얘기다.
"종목선택 기준은 '업종대비 얼마나 싸냐'입니다. 2년전 편입했던 중소형 자동차부품 업체 H사는 이런 기준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종목입니다. 당시 자동차부품 업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10배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종목의 PER은 2배 정도에 불과했어요. 지나치게 할인돼 있는 상태였습니다"
바로 김 본부장이 시장에서 처음 선보여 주목을 받았던 상대가치 개념이다. 모든 업종대비 자기가 맡고 있는 업종에서 밸류에이션 대비 저평가돼 있는 종목들을 찾아서 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저평가된 가치형 중소형주를 많이 발굴하고 있고 편입 종목도 다른 운용사보다 많다. 그래서 변동성 위험에 너무 노출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곤 한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발이 닳도록 기업탐방을 다녔다고 말했다.
"탐방을 가보면 단번에 압니다. 잘되고 있는 회사의 경우 홍보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실적 전망의 근거도 탄탄합니다. 하지만 장밋빛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근거나 논리가 부족한 회사는 바로 접어버립니다. 특히 주식투자자들은 중소형주들의 경우 실적이 꺾이거나 매출이 감소하는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저는 숫자를 신봉합니다. 그래서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을 제일 우선 순위에 올려놓는 겁니다"
김 본부장이 '더클래식펀드'를 통해 시장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이겨온 것도 이러한 철저한 기업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흔히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있는 종목을 사라고 말하는데 이런 매력을 갖추는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적이 매년 좋아지던지 아니면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주가가 폭락하던지 해야 매력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합리적으로 싸야 되지요"
그는 네비게이션 전문기업 '팅크웨어'를 예로 들었다.
"3년전 팅크웨어를 찾아갔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중소기업들이 만들어놓은 네비게이션 시장에 대기업들이 숟가락만 얹어놓는 상황이 곧 다가올 것이라며 관련 중소형주를 낮게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회사에 가보니 팅크웨어는 지도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등 독점적 노하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대기업들이 곧바로 진입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고 판단했죠. 결과는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 새로운 도전 '바이오헬스케어펀드'
동부자산운용은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를 최근 출시했다. 이 펀드는 해외 바이오기업 등에 투자하는 기존 바이오펀드와는 달리 국내 최초로 국내 바이오와 헬스케어 관련 업체들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신탁 재산의 60% 이상을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하되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주식에 50% 이상을 투자해 관련 주식의 가치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3년안에 새로운 '메가트랜드'로 부상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진단, U헬스, 의료서비스 분야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머징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소형 바이오 종목들을 들여다보면 실제 실적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
"일반 제조업이나 IT업체와 달리 바이오업체는 규모가 작더라도 각자가 첨단기술을 가질 수 있어 사실상의 독점적 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이 성장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바이러스 질환 진단전문 바이오기업 '에스디'의 경우 3년 동안 평균 80%정도 이익성장을 하고 있지만 주가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이오헬스케어 이후 트랜드는 뭘까. 김 본부장은 디지털콘텐츠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특히 현재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음원주(株)들이 새로운 트랜드를 형성하며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디바이스'(Device) 시대를 넘어 그 안에 들어갈 콘텐츠가 대세가 될 것입니다. 애플사의 '아이팟' 열풍이 불고 있는데 이제 한 곡당 500원씩 하는 음원을 내려받는 것은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거부감이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그는 무선인터넷을 통해 디지털콘텐츠들이 원활하게 유통되는 단계에 접어든 만큼 2010년에도 음원 관련주들이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낙관론자가 성공한다"
김 본부장은 또 '긍정의 힘'을 믿으라고 힘줘 말한다. 투자의 세계에서 비관적인 마인드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의 '더클래식펀드'는 최근 3년 수익률에서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탕을 노린 대박의 신기루가 아닌 낙관적 시각을 견지하며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는게 김 본부장이 말하고 싶어하는 핵심 요체다.
"너무 비관적인 마인드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비관론자들이 일시적으로 적중할 수는 있지만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이기는 측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하루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3%이상일 경우 종목들을 편입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통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꾸준히 이기는 전략이라고 김 본부장은 강조한다.
"최근 5년 동안 국내 자산운용사 상위 20개사가 시장대비 35%정도의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연평균 6%정도의 수익을 거둔 겁니다. 시장이 그 자리에 정체돼 있더라도 금리 투자보다 낫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실제 더클래식 진주찾기 펀드의 경우 3년 절대 수익률이 80%를 웃돌고 있습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한 것이 결국 웃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또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주식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일반적인 샐러리맨들이 재테크를 하려면 주식시장 만큼 효율적인 곳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주식투자가 변동성이 크고 기회보다 위험도가 높다는 인식부터 바꿔주고 싶습니다. 리스크를 회피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분산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되 장기적인 투자마인드로 적립식 펀드 등을 활용하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겁니다"
연예계에서도 중견급인 김 본부장을 재테크와 관련해 가장 괴롭히는 후배가 누군지 궁금했다.
"몇몇 후배는 투자할 종목을 콕 찍어 달라고 합니다.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특정 종목을 말해줄 수는 없지않습니까. 혹여 알려주더라도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합니까"
김 본부장은 이러한 후배들이 있는 반면 가수 윤종신씨는 애교가 가장 많은 후배이자 주식투자와 관련해 가장 많은 질문을 하는 후배라고 귀띔했다.
무대에 설 때와 투자전략가로 일할 때 중에서 언제가 더 행복하냐는 질문엔 "치열하게 분석한 종목이 큰 수익을 안겨줄 때 희열을 느끼지만 아무래도 음악을 만들 때가 더 행복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예술적 감각을 지배하는 우뇌와 냉철한 판단력을 통제하는 좌뇌가 '투 트렉'으로 돌아가는 보기드문 증권가의 인재인 김 본부장이 또다른 '슬램 덩크'의 신화를 쏘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글=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
사진=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그 주인공은 영혼을 울리는 미성으로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불후의 명곡 '마법의 성'의 작곡가이자 가수인 김광진(45) 동부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장이다. 그는 냉혹한 주식시장을 빗겨나 있을 때의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세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가수라는 이미지가 그 어느 분야보다 냉철해야 하는 주식투자의 세계에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 김 본부장은 여유 있는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사람들이 저를 못 알아봐요. 그래도 왕년에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히트곡을 쓰고 부른 중견 가수인데 말이죠.(웃음) 그런데 지난해 폭락장이 시작되기 직전에 알 수 없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 음악하는 사람의 예민함이 증권투자에도 도움이 된 건가요?"
김광진 본부장은 장은투자자문, 하나경제연구소,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등을 거쳐 2002년부터 동부자산운용에 몸담고 있다. 2005년 출시한 ‘더클래식’ 펀드 시리즈를 동부자산운용 대표 펀드로 키운 주역 이기도하다. 현재는 운용 보다는 종목 발굴과 투자전략을 버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1991년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로 작곡가에 데뷰했고, 이승환의 '덩크슛'으로 스타 작곡가 반열에 올라섰다. 1994년에는 그룹 '더클래식' 멤버로 '마법의 성'을 히트시키며 애널리스트와 가수생활을 병행했었다.
이후 애널리스트와 가수생활을 함께 하기가 점점 힘들어지자 1998년 증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가수로 나서기도 했다.
전속사 '캐슬뮤직'의 사장은 김광진 본부장으로부터 선물받은 1집 앨범 수록곡 '너를 위로할 수가 없어'로 이대가요제에서 수상의 영광까지 안았던 지금의 아내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2002년 동부자산운용에서 다시 금융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200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더클래식펀드'를 성공시키며 또다시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 "합리적으로 싼 주식을 사라"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의 동부자산운용 빌딩, 줄무늬 정장에 엣지 있는 목도리를 두른 김광진 본부장은 사무실을 휘젓고 다니며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찾아온 손님을 맞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김 본부장은 본업인 투자의 세계에 관한 질문이 시작되자 진지해졌다.
사실 김 본부장은 애널리스트의 외길을 걷고 있지만, 2002년 동부자산운용에 몸담은 이후에는 '퍼널리스트'(funalyst) 직함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퍼널리스트는 펀드매니저(fund manager)와 애널리스트(analyst)를 합친 신조어다. 대상 기업을 직접 방문해 조사·분석하는 애널리스트의 업무와 투자 여부까지 관여하는 펀드매니저의 두가지 업무를 겸한다.
동부자산운용은 각 업종별 5명의 애널리스트가 펀드에 편입할 종목을 분석해 골라놓으면 2명의 펀드매니저들이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최종 선정한 종목들이 거의 대부분 펀드매니저들의 투자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두 직종 간 경계를 말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다. 철저한 협업 시스템이다.
김 본부장이 리서치업무와 틈틈이 가수 생활을 병행하고 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독특한 업무 시스템 덕분이다.
지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버리고 종목선택에 집중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중시한다. 매크로 지표를 먼저 분석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은 솔직히 자신없다고 김 본부장은 잘라 말한다.
"큰 그림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경제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란 예측을 믿을 수도 없습니다. 기업의 주가는 경제상황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같이 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산업구조가 더 중요합니다. 나아가 분석기업의 경쟁구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2009년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이 좋은 것은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기업의 경쟁구도와 실적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적중률이 높다는 얘기다.
"종목선택 기준은 '업종대비 얼마나 싸냐'입니다. 2년전 편입했던 중소형 자동차부품 업체 H사는 이런 기준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종목입니다. 당시 자동차부품 업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10배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종목의 PER은 2배 정도에 불과했어요. 지나치게 할인돼 있는 상태였습니다"
바로 김 본부장이 시장에서 처음 선보여 주목을 받았던 상대가치 개념이다. 모든 업종대비 자기가 맡고 있는 업종에서 밸류에이션 대비 저평가돼 있는 종목들을 찾아서 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저평가된 가치형 중소형주를 많이 발굴하고 있고 편입 종목도 다른 운용사보다 많다. 그래서 변동성 위험에 너무 노출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곤 한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발이 닳도록 기업탐방을 다녔다고 말했다.
"탐방을 가보면 단번에 압니다. 잘되고 있는 회사의 경우 홍보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실적 전망의 근거도 탄탄합니다. 하지만 장밋빛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근거나 논리가 부족한 회사는 바로 접어버립니다. 특히 주식투자자들은 중소형주들의 경우 실적이 꺾이거나 매출이 감소하는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저는 숫자를 신봉합니다. 그래서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을 제일 우선 순위에 올려놓는 겁니다"
김 본부장이 '더클래식펀드'를 통해 시장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이겨온 것도 이러한 철저한 기업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흔히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있는 종목을 사라고 말하는데 이런 매력을 갖추는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적이 매년 좋아지던지 아니면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주가가 폭락하던지 해야 매력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합리적으로 싸야 되지요"
그는 네비게이션 전문기업 '팅크웨어'를 예로 들었다.
"3년전 팅크웨어를 찾아갔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중소기업들이 만들어놓은 네비게이션 시장에 대기업들이 숟가락만 얹어놓는 상황이 곧 다가올 것이라며 관련 중소형주를 낮게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회사에 가보니 팅크웨어는 지도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등 독점적 노하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대기업들이 곧바로 진입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고 판단했죠. 결과는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 새로운 도전 '바이오헬스케어펀드'
동부자산운용은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를 최근 출시했다. 이 펀드는 해외 바이오기업 등에 투자하는 기존 바이오펀드와는 달리 국내 최초로 국내 바이오와 헬스케어 관련 업체들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신탁 재산의 60% 이상을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하되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주식에 50% 이상을 투자해 관련 주식의 가치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3년안에 새로운 '메가트랜드'로 부상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진단, U헬스, 의료서비스 분야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머징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소형 바이오 종목들을 들여다보면 실제 실적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
"일반 제조업이나 IT업체와 달리 바이오업체는 규모가 작더라도 각자가 첨단기술을 가질 수 있어 사실상의 독점적 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이 성장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바이러스 질환 진단전문 바이오기업 '에스디'의 경우 3년 동안 평균 80%정도 이익성장을 하고 있지만 주가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이오헬스케어 이후 트랜드는 뭘까. 김 본부장은 디지털콘텐츠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특히 현재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음원주(株)들이 새로운 트랜드를 형성하며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디바이스'(Device) 시대를 넘어 그 안에 들어갈 콘텐츠가 대세가 될 것입니다. 애플사의 '아이팟' 열풍이 불고 있는데 이제 한 곡당 500원씩 하는 음원을 내려받는 것은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거부감이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그는 무선인터넷을 통해 디지털콘텐츠들이 원활하게 유통되는 단계에 접어든 만큼 2010년에도 음원 관련주들이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낙관론자가 성공한다"
김 본부장은 또 '긍정의 힘'을 믿으라고 힘줘 말한다. 투자의 세계에서 비관적인 마인드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의 '더클래식펀드'는 최근 3년 수익률에서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탕을 노린 대박의 신기루가 아닌 낙관적 시각을 견지하며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는게 김 본부장이 말하고 싶어하는 핵심 요체다.
"너무 비관적인 마인드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비관론자들이 일시적으로 적중할 수는 있지만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이기는 측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하루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3%이상일 경우 종목들을 편입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통계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꾸준히 이기는 전략이라고 김 본부장은 강조한다.
"최근 5년 동안 국내 자산운용사 상위 20개사가 시장대비 35%정도의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연평균 6%정도의 수익을 거둔 겁니다. 시장이 그 자리에 정체돼 있더라도 금리 투자보다 낫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실제 더클래식 진주찾기 펀드의 경우 3년 절대 수익률이 80%를 웃돌고 있습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한 것이 결국 웃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또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주식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일반적인 샐러리맨들이 재테크를 하려면 주식시장 만큼 효율적인 곳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주식투자가 변동성이 크고 기회보다 위험도가 높다는 인식부터 바꿔주고 싶습니다. 리스크를 회피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분산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되 장기적인 투자마인드로 적립식 펀드 등을 활용하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겁니다"
연예계에서도 중견급인 김 본부장을 재테크와 관련해 가장 괴롭히는 후배가 누군지 궁금했다.
"몇몇 후배는 투자할 종목을 콕 찍어 달라고 합니다.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특정 종목을 말해줄 수는 없지않습니까. 혹여 알려주더라도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합니까"
김 본부장은 이러한 후배들이 있는 반면 가수 윤종신씨는 애교가 가장 많은 후배이자 주식투자와 관련해 가장 많은 질문을 하는 후배라고 귀띔했다.
무대에 설 때와 투자전략가로 일할 때 중에서 언제가 더 행복하냐는 질문엔 "치열하게 분석한 종목이 큰 수익을 안겨줄 때 희열을 느끼지만 아무래도 음악을 만들 때가 더 행복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예술적 감각을 지배하는 우뇌와 냉철한 판단력을 통제하는 좌뇌가 '투 트렉'으로 돌아가는 보기드문 증권가의 인재인 김 본부장이 또다른 '슬램 덩크'의 신화를 쏘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글=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
사진=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