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부터 안방극장에서 '사극 전쟁'이 벌어진다.

KBS와 SBS가 올해 화제작인 MBC '선덕여왕'의 빅히트에 고무돼 사극을 잇달아 방영할 계획이다. 사대부와 왕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천민 백정이 역경을 딛고 의사로 성공하거나 조선시대 진정한 부자의 삶을 보여줄 예정.노비와 추격자 간에 펼쳐지는 창검술 액션도 있다. 이들 사극은 다른 요일에 편성돼 시청률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SBS는 내년 1월4일 오후 10시 월화드라마로 36부작 '제중원'을 첫 방영한다.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을 배경으로 백정 소근개가 의사 황정이 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그린다.

제중원의 실제 기록에서 소재를 찾아낸 이 드라마는 신분과 신구 문물이 충돌하는 격동의 대한제국 말 인간 승리의 미담을 극화한다. 양의가 양갓집 규수를 살려놓자 규수가 수치심으로 자살하는 아이러니 등도 덧붙여진다.

'신의저울'을 연출했던 홍창욱 PD는 "백정과 양반이 계급과 상관없이 훌륭한 의사가 되고，중인의 딸이 남녀 차별을 딛고 여의사가 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백정 출신 의사 황정 역은 박용우,역관의 딸로 의사가 되는 유석란 역은 한혜진,유석란을 두고 황정과 연적이 되는 의사 백도양 역은 연정훈이 각각 연기한다. 박용우는 "지금까지 촬영하면서 고생한 기억밖에 없지만 그만큼 의미있고 진실된 작품으로 감동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KBS 2TV는 내년 1월6일 오후 9시55분 수목드라마 '추노'를 방영한다. '도망친 노비를 쫓는다'는 뜻의 '추노'는 노비를 추격하는 '추노꾼'들의 서슬퍼런 병장기와 현란한 창검술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계획.67억원을 투입한 이 작품에는 장혁 오지호 이다해 이종혁 등이 출연한다. 극중 오지호는 조선 최고의 무장이지만 모시던 소현세자가 몰락하면서 노비로 전락한 '태하'역을，장혁은 양반집 자제였다가 노비가 지른 불에 일가가 몰살당한 추노꾼 '대길' 역을 맡아 피튀는 추격전을 벌인다. 2003년 '대망' 이후 6년 만에 사극에 출연한 장혁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와 주인공들의 관계가 비슷해 마음에 들었다"고 출연 동기를 밝혔다. 그는 오지호와 대결 신을 촬영하다 뾰족한 바위에 부딪쳐 다치기도 했다. 제작진은 수려한 풍광을 담기 위해 전국을 주유하고 있다.

KBS 1TV는 2일부터 매주 토 · 일요일 9시40분 명문가 이야기를 다룬 '명가'로 공영방송의 위상을 높일 예정이다. 국내 드라마 최초로 제대로 된 부자 이야기를 담아낼 계획.경주 최부잣집의 실화를 통해 정당한 부의 축적과 도덕적 부의 전범을 제시할 예정이다. 차인표 한고은 김성민 등이 출연한다.

최국선 역으로 국내 사극에 처음 출연하는 차인표는 "'흉년에 땅을 사지 않는다'는 최부잣집 원칙은 '땅투기를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존경받는 부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국선을 흠모하는 한단이 역의 한고은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마치 만화책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었다"며 "차인표 선배와 함께 연기해보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시청하면서 진정한 돈의 가치,의미있는 삶을 생각하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