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을지로3가 우리미소금융재단 지점.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얼굴은 걱정 반 기대 반의 표정이다. 상담을 받고 나온 이모씨(58 · 여)는 "최근까지 미용실을 했으나 장사가 안돼 문을 닫고 새로 호프집을 차려볼까 하는 생각에 찾아왔지만 카드 빚 등으로 1700만원이 연체돼 있어 신청자격이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힘없이 발길을 돌렸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제기동 약령시장의 현대차미소금융재단 지점.이곳을 찾은 송모씨(60 · 여)는 "붕어빵 장사 밑천으로 200만원 정도를 요청했는데 대출이 가능한지를 2주 후에 전화로 알려주기로 했다"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돌아갔다.

방기석 현대차미소금융재단 사무국 과장은 "상담자가 자기 소유의 집이 있는데 시세가 얼마인지 모르고 본인의 신용등급도 알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사항을 조회해 봐야 대출 가능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 4.5%의 낮은 이자로 저신용자에게 창업자금 등을 대출해주는 미소금융 사업장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미소금융재단의 경우 사무국과 지점을 합쳐 총 10명의 직원이 상주해 있는데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3~4명씩 교대로 밥을 먹는다.

미소금융중앙재단 관계자는 "처음 대출이 시작된 16일부터 24일까지 4000명이 넘는 인원이 8개 지점을 통해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리미소금융 관계자는 "일주일이 지난 현재 방문자 10명 중 8명은 자격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가장 먼저 지점을 연 삼성미소금융재단의 경우 지금까지 1502명이 찾아왔다. 이 중 1차 상담을 통과한 고객은 251명으로 16.7%에 불과하다.

특히 창업자금(창업임차자금,프랜차이즈창업자금)을 대출받으려면 사업자금의 50%가 미리 확보돼 있어야 한다는 기준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상담자들이 많다. 부인과 함께 현대차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한 40대 남성은 "저소득계층 창업을 지원해 준다면서 창업자금의 절반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대출이 안된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대해 중앙재단 관계자는 "100% 차입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낮고 무분별하게 대출이 일어나는 것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창업자금의 경우 자기자금 범위 안에서 대출한다는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신용등급이 낮을 것이라 생각하고 왔다가 6등급 이상이 나와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 미소금융 지원대상은 3개 신용정보회사(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 중 1개 이상의 회사에서 등급이 7~10등급이 나온 사람이다.

우리미소금융 지점에서 만난 구양회씨(52 · 여)는 "2500만원 정도 대출을 받아 연신내에서 육회전문점을 차리고 싶었는데 신용등급이 6등급이 나왔다"며 당혹해했다. 중국 귀화 동포 조모씨(41)도 "양꼬치구이 전문점을 뚝섬 인근에 내려고 5000만원을 빌리러 왔으나 신용등급이 6등급 이상이어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500만원 이하를 빌려주는 무등록사업자대출은 포장마차,노점 등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신청하는 것인데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학습지교사,보험설계사 등이 신청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미소금융 지점을 찾은 지게차 운전사 권모씨(41)는 "새로 차량을 구입하려고 돈을 빌리러 왔는데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발길을 돌렸다.

1차 심사를 통과했어도 소상공인진흥원 등에서 사업 계획을 검토해 보고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대출받을 수 있다. 모든 과정을 거치면 실제 대출을 받기까지 3~4주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소금융 첫 대출자는 내년 1월 중순께나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장식 우리금융재단 사무국 과장은 "수억원대 자산이 있으면서 찾아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낮은 이자로 이곳에서 대출받아 사채를 운영해보겠다는 사람까지 있었다"며 "미소금융이 제도권 금융사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란 기본적인 사실을 염두에 두고 방문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