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부동산시장 키워드] 주택시장 3개월마다 오락가락…'울퉁불퉁 L자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 3개월 간격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타다가 한해가 갔다. 올 2분기면 방향을 잡을 거라던 전망들도 대부분 내년 2분기로 1년을 미뤘다. 내년 시장도 큰 변화를 가져올 이슈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올해의 시장 트렌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의 특징 5가지를 살펴봤다.
◆울퉁불퉁 L자형 장세
올해 주택시장 흐름은 '약(弱)-강(强)-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연초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시장이 한동안 침체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재건축 규제 완화와 양도세 한시 감면 조치로 빠르게 회복,5월부터는 완연한 상승세를 탔다. 강남 재건축과 신규 분양시장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한 시장은 8월 말 정점을 찍는다. 집값 불안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라는 메가톤급 규제를 꺼내들자 시장은 다시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규제완화에서 자본차익의 가능성만 보이면 상승한 집값,여기에 기민하게 대응한 정부의 수요관리정책으로 시장은 한해 내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이를 두고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월 보도한 '올해 집값 울퉁불퉁 L자형으로 간다' 분석기사가 적중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깊어지는 양극화
또 올 한해는 △신규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 시장 △유망 택지지구 · 신도시와 비인기 지역 분양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이 큰 온도차를 보이며 양극화가 심화돼왔다. 가장 큰 계기는 정부의 DTI 규제 강화였다. 지난 9월 정부가 투기지역 · 투기과열지구에만 적용하던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고 10월에는 제2금융권으로 적용범위를 넓히자 기존 주택시장은 거래가 급감하며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서울 집값은 10월 초를 기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 12월 중순까지 0.27% 떨어졌다. 반면 DTI 규제를 받지 않는 신규 분양시장은 '반짝 특수'를 누렸다.
연말이 다가오자 내년 2월11일 양도세 한시 감면 종료를 앞두고 계약을 마치려는 수요자들과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 열풍'이 거세졌다. 하지만 비수기인 연말에 분양 물량이 지나치게 집중되며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자,경기도 고양 등지를 중심으로 순위권에서 대거 미달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전셋값 초강세 행진
전적으로 주택공급과 수요 차이로 움직이는 전셋값은 올 들어 큰 폭으로 오르며 매매가 상승률을 넘어섰다. 신규 입주물량이 집중된 수도권 남부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줄곧 상승세를 유지했다. 서울 전세금은 11.96% 상승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작년 말 급락했던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자 전세금도 함께 오른 것이다.
특히 송파구(26.9%) 서초구(18.5%) 강동구(16.7%) 광진구(16.3%) 강서구(13.6%) 강남구(12.5%)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전세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지난 8월 오피스텔 바닥난방 허용기준과 다세대 등 도시형 생활주택 주차장 면적 기준을 완화하고 전세자금 대출 규모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공공주택의 부활
현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이 첫 사전예약을 실시,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동안 토지임대부 등 '반값 아파트' 공급을 위한 아이디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린벨트를 풀어 많게는 인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한 '발상의 전환'은 대대적인 호응을 얻기에 충분했다. '판교 로또'에 버금가는 '보금자리 로또'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옛 주택공사나 지방공사가 짓는 그저 그런 공공주택이 인기 만점의 보금자리주택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수요자들은 보금자리주택(위례신도시 포함) 등 내년 공공주택 분양을 앞두고 내집 마련을 잠시 미루는 추세다. 정부도 정치권의 반대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늦어져 민간의 주택공급이 내년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고 보금자리주택 공급 활성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내년 주택공급 목표인 43만~45만채 가운데 18만채를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도시형 생활주택 2만채 중 일부도 공공이 건설한다. 보금자리주택은 내년 4월 2차지구에 대한 사전예약,위례신도시내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10월께 3차 지구에 대한 사전예약을 받을 예정이다.
◆한강변의 재인식
서울 주택시장에선 한강변의 오래된 아파트들이 최고 50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할 수 있게 돼 주목을 받았다. 강남구 압구정동,영등포구 여의도동,성동구 성수동,송파구 잠실동 등 해당 지역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은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 변동률을 상회했다. 지난 8월 말엔 서울 잠실동,압구정동 등 일부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2006년 말 기록한 최고가를 거의 회복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사업용지의 25% 이상을 기부채납해야 하는 조건에 반발하고 있어 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