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 홍수시대인 요즘도 손끝에서 묻어나는 아날로그적 감성은 살아 있다. 만년필과 시스템 다이어리가 그것이다. 아날로그 감성의 스테이셔너리(문구)로 새해를 맞이해보면 어떨까. '탁월한 머리보다 무딘 연필이 앞선다'는 독일의 격언처럼 비즈니스맨에게 메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스템 다이어리는 일반 수첩형 다이어리와 달리 링이 있어 속지를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다이어리다. 메모량이나 일정에 따라 주간 · 일간 속지를 골라 하루 10분씩만 일정을 메모하면 시간관리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올해 시스템 다이어리의 특징은 비비드한 컬러,고급 소재,친환경 기법으로 요약된다.

과거 블랙,브라운 등 중후한 색감 위주에서 핑크,오렌지,바이올렛,그린 등 화려한 컬러가 등장해 젊은층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천연 소가죽,타조 가죽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화학제품 대신 콩기름으로 인쇄한 종이도 나왔다.

시스템 다이어리 시장은 연간 100억원대로 추정된다. 미국 프랭클린코비사(社)의 '프랭클린 플래너'와 국내 브랜드인 오롬시스템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MCM,루이까또즈 등 명품 잡화 브랜드도 다이어리를 내놓았고,기업 대상 양장 다이어리 특판시장에서 독보적 1위인 양지사도 올해 고급 시스템 다이어리를 선보였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이름에서 유래한 프랭클린 플래너는 한국성과향상센터가 1998년부터 라이선스 방식으로 수입,판매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2400만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간 · 일간 속지 외에 프로젝트 또는 회의가 잦은 비즈니스맨을 위한 속지를 따로 판매한다. 일부 다이어리 제품은 화학 공정을 최소화한 친환경 가죽을 사용했고,종이는 콩기름으로 인쇄했다. 여성용 '델라 바인더'(11만~15만원 · 이하 속지 제외)는 천연 소가죽에 비비드한 컬러를 사용했고,타원형 14K 금장식으로 포인트를 줬다.

오롬시스템의 '오롬'은 '완전함'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대부분 이탈리아 천연 송아지 가죽을 사용하며 타조 가죽,크로커다일 가죽 등의 소재로 일일이 수작업해 만든다. 플래너 안에 고객 이름의 이니셜(음각,금박,은박 중 선택 가능)을 새겨준다. 종이는 돌,녹말,전분,송진가루 등으로 코팅해 잉크 번짐과 비침 현상을 막았다. 종이를 끼우는 링도 지름 11~28㎜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천연송아지가죽 다이어리'는 이탈리아산 생후 6개월 미만 송아지 가죽에 코팅 처리를 하지 않아 미세한 모공,주름,숨구멍 등이 살아 있어 촉감이 부드럽다. 핑크,오렌지,화이트 등 10가지 컬러로 6만~20만원대.사회 초년생에겐 검은 바탕에 컬러띠를 두른 '베이직 콤비라인'(4만~8만원)을 추천한다.

양장본 수첩 전문업체인 양지사는 '디루소 플래너'(9만원)라는 시스템 다이어리 브랜드를 론칭했다. 천연 소가죽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속지는 한솔제지와 공동 개발한 고급 종이(콩기름 인쇄)를 사용했다. 고객 이름의 이니셜을 금박으로 새겨준다.

고급 시스템 다이어리가 부담스럽거나 유쾌한 디자인을 원하는 사람에겐 비엔웍스의 수첩형 다이어리를 추천할 만하다. 모델,연기자 겸 디자이너인 변정민씨가 운영하는 비엔웍스는 국내외 팝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한정판 다이어리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는 지니 리와 함께 500개 한정 수량(3만원)으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레트로 팝 느낌을 살린 다이어리를 선보였다. 연도와 날짜가 기재돼 있지 않아 언제든지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다.

도움말=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