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지난 10월 국내에 신차 4종을 들여왔다. 그 중 하나가 캠리 하이브리드다. 가장 '대중적인' 차에 어느덧 '대중화 된' 하이브리드 기술을 구현한 캠리 하이브리드를 만났다. 창문이 닫힌 상태에서 스마트키를 눌러 시동을 걸었다. '삐' 하는 전자음과 함께 '준비 완료(Ready)'라고 쓰인 녹색 불이 켜진다. 시동 소리가 없어 마치 컴퓨터를 부팅시킨 기분이다.
변속기를 'D(주행)'로 옮기고 제동페달에서 발을 떼니 미세한 전기모터 소리만 들린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정보시스템은 차가 휘발유와 전지 중 어느 동력원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시속 20㎞ 안팎으로 주차장에서 빠져 나올 때까지 휘발유는 단 한 방울도 쓰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 본격적으로 도심을 달리자 '부르릉'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동력원을 휘발유 엔진으로 변환하는 소리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다소 말랑말랑한 느낌의 서스펜션(차량 밑바닥 충격흡수장치)이 노면 충격을 흡수한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약간 출렁거리는 느낌도 든다. 중장년층이 가족 단위로 이동할 때 선호할 만한 세팅이다. 주행 성능은 수준급이다. 안락함을 강조한 중형 세단이지만 속도를 내려고 하면 곧잘 따라 준다.
부드러운 승차감에 초점을 둔 탓에 가속 능력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지만 무난한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연비효율은 하이브리드카답게 높은 수준이다. 65ℓ가 들어가는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450여㎞를 주행했지만 절반 이상의 연료가 남았다.
전체적으로 큰 성능 저하 없이 하이브리드 기술을 이식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별다른 이질감 없이 무난한 일상 주행에 임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4590만원으로 일반형보다 1100만원 비싸다. 버튼식 시동키가 추가됐지만 이 정도 차액을 지불하고 하이브리드카를 선택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이진석 한경닷컴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