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지붕 뚫고 하이킥'이란 MBC시트콤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여기에 출연하는 해리란 아이가 노상 '빵꾸똥꾸야!'를 외치고 어른에게 못 되게 굴어 계속 방영되면 어린이들 언행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역시 이상한 외모와 언행으로 튀는 이외수라는 소설가가 나서 "대한민국 시계가 거꾸로 간다. 이러다 통금도 부활하겠다"는 비판을 그의 트위터에 띄웠다.

이외수씨 걱정의 반은 맞을 것이다. 통행금지가 있었던 시절 지금처럼 아이들이 쌍욕을 입에 물고 살고 방송이 저질이고 취객이 경찰을 때려댔는가. 그간 우리는 민주화와 번영을 이루었지만 권위,기율,예의,절제 같은 사회를 지탱하는 가치는 갈수록 무너지고 있으니 지금 대한민국의 건강 시계는 분명히 거꾸로 가고 있다.

오늘날 청소년들의 가치관은 인터넷,방송,학교에서 형성된다. 이 영역은 지난 10년간 좌파세력이 가장 공들여 점령했다. 그들이 청소년 정신세계를 계속 장악한다면 청소년이 기성세대가 되는 미래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시계가 거꾸로 돌 것이다.

'빵꾸똥꾸'사건은 우리 문화계가 무정부세계임을 보여준다. 시트콤 방영 이래 유치원 아이치고 빵꾸똥꾸를 안 하는 아이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방송윤리 관장 당국이 가벼운 경고를 내린 것인데,기다렸다는 듯 좌파 여론몰이가 시작됐다. 이외수씨 같은 과장된 공포조성에 연예인들이 '빵꾸똥꾸'를 외치며 따르고,인터넷에 비방과 조롱이 도배되는 모습은 작년 광우병 소동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정부결정은 뭇사람의 희롱거리가 됐으며 급기야 시트콤담당 PD가 "방송위 심의 기준이 이해가 안 된다"며 '빵꾸똥꾸'를 계속하겠다고 불복종을 선언했다. 국가기관의 권위는 떨어지고 막가는 방송은 제재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중뿔난 아이들은 환호하겠지만 대다수 순수한 청소년들은 좌파가 지배하는 저질문화를 섭취하고 살게 됐다.

전교조는 작년 선거를 통해 경기도에 좌파교육감을 진출시켰다. 이 교육감이 제정하겠다는'학생인권조례'초안을 보면 학교는 학생의 복장 두발 용모 규제,자율학습 보충수업 반성문 서약서 강제를 할 수 없다.

학생은 집회 개최와 결사의 자유를 가지고 학교의 학칙제정과 교육청 정책결정에 참여하고,학부모와 교사는 학생인권교육을 받아야 한다. 곧,배우는 학생이 훈육을 담당할 학교,학부모,교사,정책을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 된다면 일부 불량학생,정치꾼 학생은 물을 만나겠지만 대다수 바른 아이들은 좌파의 목적대로 예의,기강,질서를 무시하는 인간으로 길러질 것이다.

경기도 교육감은 또한 "가난한 아이들이 눈칫밥 먹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며 원하건 안 원하건 다 공짜 밥을 먹이는 전원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오직 5,6학년 대상의 내년도 무상급식예산 816억원을 만들기 위해 도교육청은 학력신장 115억원,유아 및 유치원 교육 지원 35억원,사교육비 절감 24억원,장애아 특수교육 23억원,외국어 교육 관련 141억원,과학교육 43억원 등을 자르거나 폐지했다. 도교육청은 이 예산을 대법원에까지 제소해서라도 관철하겠다고 한다. 얼마나 섬뜩한 전략인가. 서민아이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좌파교육감은 장애인이건 유아건 사교육이건 분간 없이 서민학부모를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재산을 쌓고 사교육 보내고 대리 자원봉사까지 뼈골을 빼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거꾸로 가면 10년 뒤 당신의 귀한 아이들은 무정부 사회에서 좌파에게 휘둘리고 빼앗기고 잡스러운 인간이 되어 살게 된다. 지금 이 '헬리콥터 학부모'가 되는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좌파가 장악한 문화권과 교육권을 찾는 데 노력할 때다.

김영봉 <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